“이게 인생이야”…코로나 양성 판정에도 기자회견 중 마스크 벗은 보우소나루

2020.07.08 09:24 입력 2020.07.08 16:58 수정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A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A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65)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위험성을 무시하며 대중 앞에서 마스크를 벗는 등 그동안의 부주의한 행동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브라질 내 코로나19 피해가 급증하는데도 안일한 인식을 보이면서 그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 밖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기침과 고열 등의 증세를 보여 브라질리아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게 인생이다”면서 “인생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가벼운 독감 같은 것”이라며 위험성을 무시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양성 판정을 받고도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보라면서 “나는 괜찮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 여러분과 같이 나를 비판하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도 했다. 또 “코로나19는 내리는 비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비롯해 코로나19 국면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무분별한 발언과 행동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브라질 언론협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은 행위를 두고 “취재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 행위”라며 연방대법원에 그를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월 이후 줄곧 보건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친정부 집회에 참여해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거나 포옹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AP통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늘 감염 위기에 처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말라리아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을 권장해왔는데,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후 두 차례 복용했다고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브라질은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대통령 본인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브라질에선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두고 대통령과 이견을 보인 보건장관 2명이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보건부 주요 자리는 군인 출신들로 채웠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지사들과는 달리 경제 활성화를 위해 봉쇄령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코로나19 희생자들을 향해서도 “코로나19로 죽는 건 각자의 운명”이라며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지난 4월 “우리는 코로나19와 보우소나루라는 2개의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트위터에선 “힘내라 코로나”(#ForcaCorona)와 “힘내라 보우소나루”(#ForcaBolsonaro)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한 글들이 인기를 모았다. 이는 보우소나루에 대한 갈라진 여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세계 국가 수반 중에서는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4일 브라질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토드 채프먼 미 대사와 외교부 관료 등과 만찬을 했다. 이 식사 자리에서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채프먼 대사와 대사관 직원 등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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