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제로 에너지 건축

2020.07.10 20:31
조운찬 논설위원

태양광 주택 / 경향신문 자료사진

태양광 주택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인 암사동 유적지에는 신석기시대의 집터가 복원돼 있다. 지하 1m가량을 파서 평평한 주거지를 만들고 짚으로 지붕을 덮은 움집이다. 수혈식 주거형태인 움집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지붕은 열이 집 안팎으로 드나드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녹색건축으로 각광받고 있는 ‘패시브하우스’의 원리는 선사시대의 주택 건축 방식과 유사하다.

‘패시브하우스’란 주택의 단열과 공기 밀폐 기능을 극대화해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건축물을 말한다. 남향으로 짓고 작은 창을 많이 내는 것이 기본이다. 또 실내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유리창을 이중삼중으로 만들고 단열재는 일반 건축물의 3배 이상으로 두껍게 쓴다. 이렇게 하면 별도의 냉난방 시설 없이도 여름과 겨울을 날 수 있다. 1990년대 초 독일에서 시작된 패시브하우스는 최근 국내에서도 전원주택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가 자연의 열 손실을 최소화(passive)해 에너지를 유지한다면, 태양광·수열 건축은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active)한다는 점에서 액티브하우스라고 한다. 에너지 처리 방식은 다르지만,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두 ‘제로 에너지 건축’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는 태양광이다. 최근에는 수열에너지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물의 온도가 여름철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높은 특성을 이용한 에너지 활용방식이다. 환경부는 최근 소양강댐 담수를 활용한 24만평 규모의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트’ 조성계획을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롯데월드타워와 함께 수열에너지 개발에 착수했다.

서울시가 기후 변화에 대비해 ‘서울판 그린뉴딜’의 청사진을 내놨다. 패시브·액티브 하우스를 지을 때에는 용적률·재산세 등에서 혜택을 부여하고, 2023년부터는 민간 건물에 ‘제로 에너지 건축’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담대한 계획이다.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원의 68%가 건물인 점을 감안한 정책이다. 이제 온실가스의 감축은 필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주택 등 ‘제로 에너지 건축’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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