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백선엽 갈 곳은 현충원 아닌 야스쿠니 신사" 군인권센터 성명

2020.07.12 11:05 입력 2020.07.12 11:38 수정

지난 10일 별세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데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공격한 백씨가 갈 곳은 국립현충원이 아닌 일본의 전범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 빈소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 빈소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12일 ‘친일파를 위해 군부대에 조기를 게양하는 대한민국 - 백선엽 현충원 안장 취소 촉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고 백선엽 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가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육군이 백씨의 장례를 5일간 육군장으로 진행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백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한 사람”이라며 “일제의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함은 물론, ‘조선인 독립군은 조선인이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독립군 토벌대로 운영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이어 “이는 본인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백 씨는 저서에서 동포에게 총을 겨눈 사실을 자인했지만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가 오게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였다. 간도특설대에서 대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토벌에 임하였다’며 궤변을 늘어놓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또 “한국 독립을 꿈꾸는 세력을 절멸시키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다”며 “숱한 세월이 지나도록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또 “현대사의 질곡 속에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단죄하지 못한 탓에 사죄는 커녕 부와 권력, 명예와 일신의 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친일파를 우리 군의 어버이로 소개하며 허리 숙여 참배하게 한다.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일제 침략 전쟁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 믿었던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강조했다.

2013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오찬서 박근혜 대통령이 백선엽 대한민국육군협회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 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2013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오찬서 박근혜 대통령이 백선엽 대한민국육군협회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 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센터는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이해 ‘친일이 아닌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라고 밝혔고, 제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광복군 참모장 출신으로 한강 방어선 전투를 지휘한 김홍일 장군 등을 영웅으로 기리며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에 있음을 천명했지만 군 수뇌부의 인식은 아주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광복군 소탕에 앞장서 일제의 전쟁범죄에 부역한 이를 위해 예포를 발사하여 국군의 자존심을 짓밟고 태극기를 조기 게양하며 국기를 모독한다. 비상한 상황도 아닌데 까닭없이 장병들을 대기키며 호들갑을 떠는 행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군을 일제 황군의 후예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왜 온 국민에게 법률로써 규정된 친일파를 참배하게 하는가”라며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장을 중지하고 조기 게양으로 국기를 모독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고, 군의 명예를 더럽힌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어 “국가보훈처 역시 대전현충원에 백씨를 안장하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며 “국회 역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여 친일파를 국립묘지에서 모두 파묘하여 이장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 연합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이날 정부가 백씨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독립군을 토벌한 친일파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진정 나라를 위해 살아온 영웅이었다면 조용히 선산에 묻히기를 권고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국립현충원 안장을 고집해 나라에 분란을 일으키고 독립운동가와 후손에게 상처 주지 말기를 부탁한다”며 “국가보훈처는 현행법이라는 무책임한 논리로 국민감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지난 10일 오후 11시 4분쯤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영결식이 열릴 예정이며 오전 11시 30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안장식이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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