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읽음
사설

고개 드는 부동산 과세 회피 조짐, 후속 대책 속도 내야

2020.07.12 21:37 입력 2020.07.12 22:12 수정

정부가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의 세부담을 크게 늘리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히려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퇴로가 막힌 다주택자들이 집을 시장에 처분하는 대신 증여로 쏠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시내 중개업소에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의 자녀 증여 방안을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다주택자들이 이번 대책으로 추가로 져야 할 세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의 빈틈을 노리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지면 정책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증여받은 부동산에 붙는 취득세율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방향을 잡았다면 조기에 대처해 우회로를 차단해야 한다.

7·10대책에서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의 특혜를 유지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 소급입법 논란 때문인 것은 이해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생각하면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면 합법적 수단으로 기존 사업자들을 솎아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이 ‘5% 이내 임대료 인상제한’ 의무를 준수하는지를 가려 이를 어긴 사업자들을 퇴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10대책에서 제시하지 않은 공급 대책에 대해 부총리가 팀장이 되는 범정부TF를 구성해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범정부TF는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저렴한 공공주택 또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경실련) 같은 제안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세제와 공급 대책 등이 동시에 가동되어야 한다. 정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 더불어 전문가들의 비판이나 제언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로 겸허하고 과감하게 수용해 정책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후속 대책 마련과 시행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대책들이 힘을 쓰지 못한 데는 부동산 세제의 입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 컸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세제 개편이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7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임대차 관련법도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