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저감’ 구체적 목표 없이…‘대충’ 그린 뉴딜

2020.07.15 20:52 입력 2020.07.15 22:54 수정

환경 전문가들 비판 쏟아내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그린 뉴딜 계획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그린 뉴딜 계획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탄소 중립 지향” 애매모호한 표현
상관 없는 정책까지 ‘그린’ 포장
내연기관차 처리 해법도 없어

“탄소배출 감축 목표 없는 그린 뉴딜도 있나요?”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을 놓고 환경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린 뉴딜은 탄소 중심의 산업구조를 전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 녹색일자리를 창출하되, 그 과정에서 타격을 입는 산업 분야와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사회적 전환도 강조한다. 즉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을 재구조화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에는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을뿐더러,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정책들까지 그린 뉴딜 포장지만 씌워 발표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린 뉴딜에 2025년까지 예산 73조4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65만9000개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언제까지, 얼마나 하겠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2050년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을 반드시 그린 뉴딜 목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5억3600만t)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것도 정부가 과거에 2020년 목표치로 내세웠던 5억4300만t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독일 소재 기후과학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매우 불충분한 수준”이라며 다른 나라가 한국과 같은 정도의 기후행동만 한다면 지구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1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정부의 그린 뉴딜에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목표 설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넷제로는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사기업조차 각각 2030, 2040년까지 하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이 5년 전이면 모르겠으나, 2020년도 계획에서 이 정도만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그린 뉴딜을 하려면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이 필요한지 명시돼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없다”며 “지금 발표된 것은 재정을 얼마 쓰겠다고 한 뒤 여러 사업들을 나열하고, 일자리가 몇 개 생긴다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그린 뉴딜 예산에서 가장 큰 몫(20조3000억원)이 할당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부는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계속 생산되는 내연기관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2017년 기준으로 수송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고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 연구소장은 “내연기관차 산업을 그대로 둔 채, 전기차만 몇 대 늘리겠다고 한다면 그냥 기업을 지원해주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수소차의 경우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계획들을 두고는 ‘이게 왜 그린 뉴딜 정책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학교 주변 통학로 등 지원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 전선·통신선 공동지중화(전선을 땅속에 심는 일) 추진” “전체 (학교) 교실에 와이파이 구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정책들로 실제 온실가스 감축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로 제시돼 있지 않다. 홍 원장은 “사실 이런 것은 일반 예산을 통해 하면 된다. 추경을 통해 그린 뉴딜을 하겠다면 ‘상징적 사업’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초점이 흐려졌다”고 지적했다. 결국 ‘근본적 시스템 전환’보다는 정부가 기존에 추진하려 했던 환경 관련 정책들에 그린 뉴딜이라는 포장지만 씌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요금제 개선이나 탄소세 도입 등의 메시지는 없고, ‘넷제로’를 염두에 둔 종합적인 접근법보다는 녹색사업에 예산을 얹은 정도”라며 “정부가 그린 뉴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