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이주노동자, 솔직히 말하자

2020.08.10 03:00 입력 2020.08.10 03:04 수정

코로나19로 농촌으로 들어오던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농촌 일손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기대서 먹고살아온 지 공식적으로 20년 정도다. 하지만 1990년대 시설재배 농사를 짓던 우리 집에서도 ‘조선족 할머니’라고 부르던 중국동포들이 당시 일당 3만원을 받고 밭일을 했다. 시설재배 농가와 거래하는 인력소개소에 전화를 하면 중국동포들이 평소에는 식당 일이나 가사도우미 일을 하다가 농사일을 하러 오기도 하고 다른 일을 구하는 사이에 임시로 밭일을 오는 경우가 많았다. 오로지 밭일만 하는 ‘조선족 할머니’들은 드물었고 농사는 그때도 인기가 없는 일이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농촌에는 일 년 내내 돌아가는 축산업 같은 경우를 빼면 계절마다 필요한 노동력의 진폭이 크다. 벼농사는 기계화되어 국내의 인력으로도 메울 수 있지만 문제는 사람 손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밭농사다. 밭농사가 가장 바쁠 때는 파종 시기인 봄과 수확 시기인 가을이다. 그간 한국은 내국인의 기피 현상이 심한 노동현장의 인력난을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해결해 왔다. 농업 분야에는 2004년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는데 이 제도는 상시 고용을 전제로 한다.

나물이나 노지 채소처럼 계절을 타는 농업의 특성에 딱 들어맞지 않아 계절 수요에 따라 일시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도 2015년부터 병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농업 분야에서 3개월에서 최대 5개월 정도 일하고 돌아가는 제도다. 첫해는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신청한 지자체가 한 군데뿐이었고 입국한 외국인들도 3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농어촌 지자체마다 제발 인력 배정을 더 늘려달라고 정부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올해는 4917명의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한국 농촌에 들어오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발이 묶여버렸다.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자가격리 2주를 거쳐야 하는데 자부담해야 하는 격리 비용도 부담스럽고, 항공기가 자주 뜨지 않아 비행기 티켓값마저 비싸져 여러모로 타산이 맞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외려 마음이 급한 쪽은 한국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농수축산업에 종사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머물 수 있는 기간은 기본 3년에 1년10개월을 더해 최대 4년10개월이다. 정부는 체류기간이 끝났더라도 원한다면 계절노동자로 전환해 3개월에서 5개월가량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한시적인 방안이다. 고추 주산지인 경북 영양군은 아예 지자체와 농가가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가격리 비용을 농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에서 308명의 노동자들을 불러들였다. 아마 다른 지자체에서도 외국에서 인력을 들여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해외 유입을 아예 차단하자는 말들을 쉽게 쏟아내곤 하지만 한국도, 선진국들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버틸 수 없다. 농촌 지역 경제에도 이들은 매우 귀한 존재다. 농촌의 슈퍼마켓과 편의점, 잡화점의 주요 고객들도 바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다. 물론 외국인들도 차단하고 인력난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내국인들이 농업 분야에 취업하면 된다. 실제 지난봄 한 지자체가 일손이 필요한 농가와 일자리가 필요한 내국인을 연결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대안이겠다 싶어 인터뷰를 청했으나 담당자는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어서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농사일은 한참 전부터 이런 일이다. 농사는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매달리는 일이 된 지 한참 지났건만, 농산물값이 왜 다른 나라보다 비싸냐는 불만까지 보태면서 말이다. 이제 솔직히 말하자.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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