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험생들 거리로...코로나발 대입 공정성 논란

2020.08.17 16:30 입력 2020.08.17 20:33 수정

영국 학생들이 16일(현지시간) 런던 교육부 앞에서 “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나” “계급주의가 미래를 망치게 내버려두지 마라” 같은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학생들이 16일(현지시간) 런던 교육부 앞에서 “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나” “계급주의가 미래를 망치게 내버려두지 마라” 같은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사회가 대학 입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입 자격 시험 대신 알고리즘에 의해 진행된 평가에서 각종 결함이 드러나면서다. 약 30만명의 학생들이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데다 빈곤 지역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 학생들이 더 유리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교육당국이 해법을 둘러싸고 말을 번복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대입 시험 관리에 실패하면서 거센 분노와 법률소송, 의회의 비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런던에서는 수험생 수백명이 의회광장과 교육부 앞에서 개빈 윌리엄슨 교육장관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은 중등학교(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과정) 13학년생이 대입 시험을 치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통상 5~6월에 치러지던 ‘A레벨’ 시험(한국의 수능에 해당)이 취소된 것이 사건 발단이 됐다. 교육당국은 A레벨 시험의 대안으로 알고리즘에 의한 점수 산출 방식을 도입했다. 교사들이 평소 학생들의 실력을 바탕으로 예상 획득 점수를 제출하면 교육당국이 해당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학업성취도 등을 반영해 보정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시험을 치를 수 없으니 학생의 평소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존 데이터를 사용해 예상 성적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기관인 시험감독청(Ofqual)이 지난 13일 알고리즘에 의한 성적을 발표하자 영국 전역의 학생과 교사, 부모들이 충격에 빠졌다. 교사들이 제출한 예상 획득 점수의 39.1%에 해당하는 28만건이 한 등급 이상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대학들은 통상 사전에 지원을 받은 후 A레벨 시험 성적으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 영국 명문대는 지난 1월 초 기존 성적을 토대로 조건부 합격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성적이 예상외로 낮게 나오면서 학생들이 비상에 걸린 것이다.

게다가 고액 수업료를 내는 사립학교보다 낙후된 지역의 공립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별 논란까지 벌어졌다. 성적 산출 알고리즘이 학교 전체 학업 성취도를 반영하다 보니 사립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BBC는 학업 성취도가 낮거나 성취도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는 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서부 체셔주 엘스미어포트의 한 학교 교장은 모의고사에서 ‘AAA’를 받은 최우등생이 알고리즘에서 ‘BBB’를 받았다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현재의 통계 모델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주무기관인 시험감독청은 15일 밤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고 모의고사 성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으나, 8시간 만에 철회해 혼란을 키웠다. 시험감독청은 “이사회의 검토가 필요하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표하겠다”고만 했다.

야당은 거세게 비난했다. 앤절라 라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이날 “보리스 존슨 총리는 24시간 이내에 이 역사적인 불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하고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먼 호어 보수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교육위원회가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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