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기회 없이 재택수업뿐”…직업훈련생들 “현장 두렵다”

2020.09.10 20:55

코로나19 여파 휴강 잇따라

“혼자 연습 버거워” 하소연

시험일 미뤄져 생계 위협도

시각장애인 안마 수련생 예봉희씨(65)는 지난 1년 반 동안 현장실습을 단 한 번 했다. 그가 다니는 인천안마수련원의 2학년 교육과정에는 경로당 등에 나가 안마하는 수업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실습 현장에 나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수련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론 수업 비중을 늘리고 3월부터 5월, 8월부터 지금까지 재택훈련수업을 했다. 이대로 12월 안마 수련 과정을 마치는 예씨는 걱정이 많다. “실내 실습은 짜인 대로 안마하면 되지만 체형과 상황에 맞게 안마하는 방법은 현장실습을 통해 알 수 있어요. 현장에 나갈 자신이 없네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노인요양시설이나 공장 등 실습 기관이 실습생을 받지 않거나 정부의 집합 금지 명령으로 직업훈련기관이 휴강해 취업·직무 능력 등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은 취업을 위해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약 20년 전 첫아이를 갖고 직장을 그만둔 안영옥씨(45)는 올해 들어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했다. 사무직 7~8군데에 원서를 넣고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도 올려봤지만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안씨는 “요리는 그나마 자신 있고 취업 우대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에 강화된 거리 두기 2단계(2.5단계) 방역수칙이 시행되며 학원은 휴강 중이다. 안씨는 “재료 손질, 양념 만들기부터 음식을 내오는 단계까지 집에서 혼자 연습하긴 어렵다”며 “시험 기회도 적은데 실기 감도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습과 자격증 시험일이 미뤄져 생계를 위협받는 이도 있다. 정모씨(54)는 지난 2월 원생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근무하던 어린이집에서 권고사직한 뒤 지난 3월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실습생을 받지 않았다. 설상가상 시험이 두 차례나 미뤄졌다. 정씨는 실습과 시험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 대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정씨는 교육비로만 월 130만원 이상이 들어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실습수업이 없어도 예씨 같은 수련생들에게는 자격증이 발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안마사협회에 자격증 수료 조건 등을 위탁한 보건복지부는 이론 수업 비중이 많아져도 수련생이 교육과정을 수료하기만 하면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직업훈련기관 지원 대책으로 원격훈련을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무 숙련도에 있어서 실습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실습이 학습의 주된 방법이 되는 직업교육훈련 특성상 원격교육은 도구 및 기계의 사용법 접근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학습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직업훈련 대책이 필요하는 의견이 나온다. 정수현 충북인적자원개발위원회 수석연구원은 “급진적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원격교육을 준비하되 코로나19 이후 각국에서 직업훈련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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