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노동자 희귀질환, 16년 만에 산재 인정

2020.09.16 10:56 입력 2020.09.16 16:31 수정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시신경척수염’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2017년 3월6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2017년 3월6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A씨는 1997년 18세의 나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일했고, 8년 뒤인 2005년에 퇴사했다. 퇴사 전인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았고 이후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다가 다시 병명이 ‘시신경척수염’으로 바뀌었다. ‘시신경척수염’은 매우 드문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현재 역학연구가 부족한 질병이다.

A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업무 중 노출된 유해물질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20여년 전 근무 당시 작업환경의 유해물질 노출 수준과 희귀질환의 직업적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해 공단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공기를 타고 전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당시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많은 점, 오퍼레이터들은 업무 효율을 위해 인터록(안전장치)을 해제한 채 작업하기도 한 점, A씨가 상당한 양의 초과근무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

또 ‘시신경척수염’의 발병 원인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긴 해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을 사업주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 전가하지 않고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아픈 몸을 통해 공장의 유해환경을 힘겹게 호소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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