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제작 대부분 ‘비정규직’…이들 노동엔 저널리즘 대신 열악한 환경만 있다

2020.09.26 06:00 입력 2020.09.26 08:53 수정

언론사 채용 27건 중 26건이 계약직·인턴…정규직 전환 가능성 3곳뿐

“쓰고 버리고…” “결과물에 이름 한 줄 못 넣어” 비정규직 떠돌며 ‘눈물’

그래픽 | 성덕환 기자

그래픽 | 성덕환 기자

뉴미디어의 핵심 콘텐츠는 영상이다. 언론사들이 이 콘텐츠를 두고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곳이 유튜브다. 영상 콘텐츠를 적게는 일주일에 한 개, 많게는 하루 한 개 이상 올린다. ‘유튜브 저널리즘’을 떠받치는 제작 필수 인력은 대부분 인턴, 계약직, 프리랜서로 불리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노동엔 ‘저널리즘’은 없고 ‘열악한 환경’만 더해진다.

SBS디지털뉴스랩은 지난달 스브스뉴스 영상편집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구하며 1인 미디어 운영 경험을 포함한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내걸었다 논란이 됐다. 지원자들은 3단계, 10일에 이르는 채용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고용안정이나 급여 관련 사항은 구인공고에 포함하지 않았다. ‘채용 갑질’ 논란이 일자 SBS디지털뉴스랩 측은 공고를 삭제했다.

최근 3개월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인력 채용 공고 27건을 분석했다. 26건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내용이었다. 채용 형태는 계약직이 10건, 인턴 9건, 프리랜서가 7건이다. 근무기간은 6개월(10건), 1년 이상(5건), 4개월·3개월(각 3건), 1년·2개월(각 2건) 순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곳은 3곳이다.

지난 11~18일 언론사에서 유튜브 관련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20대로,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12시간이다. 인터넷 매체에서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A씨는 한때 PD를 꿈꿨다. 영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1년 계약직 인턴으로 시작했다. 언론사 공채와 병행하며 일했다. “이력서에 넣을 ‘한 줄’이 필요하기도 했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돈도 벌어야 했어요.”

비정규직 생활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흔히 ‘고시’에 비견되는 공채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언론사 3곳의 뉴미디어 부서를 옮겨다녔다. 서른을 목전에 둔 그는 “아예 다른 직종을 알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PD가 되더라도 과연 행복할까?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프리랜서 B씨도 같은 고민을 한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업무를 한다. 10명 남짓한 팀의 평균 연령은 20대 중반이다. 대부분이 비정규직 인턴이다. 대학생도 있다. 그는 “팀원 연령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신선함, 재미를 강조하다보니 나이를 중요하게 봐요. 연차가 쌓이면 오히려 갈 데가 없어요. 싸게 싸게 사람 부리기 쉬우니까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인터넷 매체 뉴미디어 부서에서 일하는 C씨는 가장 힘든 점으로 ‘모순적인 업무 지시’를 꼽는다. C씨는 “ ‘인턴이니까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봐’라는 말을 믿고 이것저것 아이템을 제안했다”며 “결국엔 지시하는 것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영상 촬영·편집에 근무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근무는 일상이 됐지만 수당은커녕 결과물에 이름 한 줄 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신문사에서 영상 제작일을 하는 D씨 사정도 비슷했다. 그는 “오전 촬영한 콘텐츠를 오후 출고하라는 소리를 듣고, ‘영상 편집은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득하는 데만 반나절을 쓴 경우도 있다”며 “편집국 내부의 이해도가 낮다보니 일한 만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말 원하는 건 딱 하나예요. 우리 팀원들이 제대로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한 만큼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안정적인 고용환경에서 정말 동기 부여가 되는 그런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문명특급> 이은재 PD는 지난 6월 공개된 영상에서 ‘1년 뒤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한 청년들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팀장은 SBS 스브스뉴스가 성공한 2015년 무렵부터 노동 조건 문제가 불거졌다고 본다. 성 팀장은 “언론사들이 유튜브를 새로운 광고 수입원으로 여기기 시작했는데, 인력·콘텐츠에 대한 정식 투자 없이 인력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언론 직종 지망생들이 뛰어들다보니 노동환경이나 처우에 대한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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