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 ‘혐오’가 업로드됐다

2020.10.05 20:52 입력 2020.10.05 20:55 수정

유니브페미, 8개월간 25개 대학 596개 게시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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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의혹’ 여성 문제 돌려
페미니스트·여성 혐오 47%

코로나19 국내 확산 뒤에는
중국인·성소수자 비하 급증
‘인국공 사태’ 땐 학벌 차별도

국내 최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중 절반은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성소수자와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과 배제가 드러나는 등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실상 ‘혐오의 장’으로 기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는 5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 책자 발간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유니브페미는 지난 5월 시작한 ‘대학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새로고침)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월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총 25개 대학 에브리타임을 모니터링하고 혐오표현을 수집해 분석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별로 개설돼 강의 시간표 관리와 강의 후기 서비스,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대학생 전용 플랫폼이다. 지난달 기준 전국 398개 대학 452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유니브페미가 수집한 596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여성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뚜렷한 혐오 경향이 발견됐다. 페미니스트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은 각각 284개와 230개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지난 5월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게시판에서는 정의연을 ‘여성단체’로 분류하고 여성단체 전반의 문제로 확대하며 비판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피해자에 대한 ‘꽃뱀설’ 등 각종 2차 가해가 벌어졌다. ‘n번방 가해자가 주변에 있을까봐 무섭다는 사람들은 매춘부가 주변에 있으면 어쩌지 하는 감성도 이해되냐’며 성폭력 피해를 매춘에 비유하는 2차 가해도 있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인 유학생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거셌다. ‘학교 XX(중국인 비하 용어)들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와 같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 우한임을 이유로 바이러스와 국적을 연결시키는 차별과 혐오 경향이 뚜렷했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에는 ‘게이 옹호자 특(징): 1. 게이 2. 게이 3. 게이. 반박 시 게이’ 등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혐오발언이 노골적으로 등장했다. ‘XX(중국인 비하 용어)랑 페미(니스트)랑 공통점: 죽으면 착해’처럼 복수의 대상을 향한 혐오표현도 있었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사태 당시에는 이른바 ‘공정’ 논란이 에브리타임에서도 벌어졌다. 대학생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기만과 불공정’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분노는 고졸과 전문대 출신 취업자에 대한 혐오발언으로 이어졌다.

커뮤니티 내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날로 강해지고 있으나 이들을 제재할 수단은 많지 않다. 혐오표현의 진원지를 찾기가 어렵고, 차별금지법이 없는 상황에서 혐오표현만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는 “IP 등 기록을 3개월만 보관하는 에브리타임 특성상 혐오표현 작성자 특정이 쉽지 않다”며 “수집한 혐오표현 중 피해자가 특정돼 모욕죄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한 것은 11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유니브페미는 대학 커뮤니티 내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정부, 커뮤니티 운영자 등 당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에는 교내 젠더 관련 수업 개설과 차별시정기구 신설 등을 제안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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