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탄소제로’ 실현 가능할까

2020.10.18 08:46 입력 2020.10.18 10:33 수정

“우리는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앞으로 40년 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중국의 ‘탄소 제로’ 선언은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깜짝 선언’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와 대비시켜 보도했다. 이후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서둘러 중국의 탄소중립 실현 과제와 전망을 내놨다. 중국은 과연 국제사회에 공언한 탄소 제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22일 제75차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22일 제75차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석탄 소비·탄소 배출 1위 중국
중국은 세계에서 석탄 소비와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중국의 탄소 제로 선언은 그래서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시 주석의 유엔총회 연설이 있고 난 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란 시 주석의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도 “기후위기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면서 “(시 주석의) 발표를 구체적인 계획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시 주석은 “2030년 이전에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10년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시키고, 탄소중립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2060년까지 지속적인 배출량 감소와 상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중국은 우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의 8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8년 통계를 보면 각종 에너지 사용에 따른 중국의 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538Mt(메가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3만3295Mt)의 30% 가까이 차지한다. 석탄 사용에 따른 배출량만 놓고 보면 7637Mt으로 전 세계 석탄 사용 배출량(1만4776Mt)의 50% 이상이다.

이런 현실적 조건 때문에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중국의 탄소중립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중독에서 벗어나 엄청난 양의 풍력과 태양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환경전문매체 그리스트도 “시 주석이 탄소중립 목표를 밝힌 것은 진지한 약속인지 트럼프 대통령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전략인지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아직도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어떻게 이런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라는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바룬 시바람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중국 중부 산시성 허진의 한 석탄 가공공장 /AP연합뉴스

중국 중부 산시성 허진의 한 석탄 가공공장 /AP연합뉴스

의미 있는 선언, 성패는 미지수
하지만 그것이 진지한 성찰에 의한 것이든,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나온 정치 전략이든 탄소 배출 1위 국가의 중립 선언이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와 의미는 적지 않다.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중국이 탄소중립 목표에 다가선다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 의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TF) 기고에서 “중국이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란 시 주석의 발표에 깜짝 놀랐다”며 “이 엄청나게 중요한 약속이 이렇게 빨리 나올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 의미와 무게감이 큰 만큼 중국이 내놓은 탄소중립 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선언은 아니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터너 의장은 “중국의 약속은 기후변화가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인식,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하는 욕망, 기술 발전이 중국의 번영을 방해하지 않고 탄소 제로를 달성할 수 있게 할 것이란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자신감은 지난 10년 동안 태양열 전기 비용은 90%, 풍력은 60%, 리튬이온배터리 비용은 87%가 낮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전 세계 국가들은 화석연료 시스템에 비해 높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무탄소 전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선진국은 2050년, 개발도상국은 206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탄소중립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것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자국에 유리한 일임을 깨달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헥터 폴리트 케임브리지 이코노매트릭스 모델링 책임자는 영국 환경전문사이트 카본브리프를 통해 내놓은 분석 글에서 “중국이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고 전격 공약한 것은 금세기 지구 온난화를 0.25도 줄이고, 자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 순 제로에 도달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그것은 10년 후 중국의 GDP를 5%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밑그림도 중국 내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리스트에 따르면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에서 2060년까지 태양열 에너지 발전이 587% 증가할 것이며, 원자력 발전도 5배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청사진에도 여전히 물음표는 따라붙는다. 그리스트는 “중국이 청정에너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206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며 “현재 흐름으로 보면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은 2050년쯤에나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불과 10년 안에 극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여서 비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내년 3월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발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계획안에 탄소중립 실현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구상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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