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찾은 은연어 떼죽음…‘킬러’는 타이어

2020.12.13 21:10 입력 2020.12.13 21:28 수정

태평양에 서식하다 북미 대륙 하천으로 회귀하는 ‘은연어’. 하천에서 일어나는 은연어 집단폐사의 원인이 자동차 타이어 조각에 함유된 유독물질에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태평양에 서식하다 북미 대륙 하천으로 회귀하는 ‘은연어’. 하천에서 일어나는 은연어 집단폐사의 원인이 자동차 타이어 조각에 함유된 유독물질에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 논문
타이어 손상 막는 첨가 물질
하천 유입, 혈관 문제 일으켜

태평양과 북미 대륙 하천을 오가며 서식하는 ‘은연어’가 유독 육지의 하천에서 지난 수십년간 떼죽음을 당했던 원인이 자동차 타이어에서 나온 독성물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초 미국 워싱턴대 등의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북부부터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은연어의 집단폐사 이유를 지난 20여년간 추적 조사한 끝에 자동차 타이어의 손상을 막아주는 특정 화학물질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은연어의 숨통을 조인 것으로 지목한 성분은 바로 ‘6PPD-퀴논’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와의 마찰에서 덜 손상되도록 하는 일종의 첨가제인 ‘6PPD’에서 생성된다. 6PPD가 오존가스와 반응하면 ‘6PPD-퀴논’으로 변하면서 매우 강한 독성을 띠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6PPD-퀴논은 도로에 흩뿌려진 채 방치되다 대개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하천으로 유입된 6PPD-퀴논이 은연어의 ‘킬러’가 되는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6PPD-퀴논에 노출된 은연어는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물속에서 평형을 잃은 채 빙빙 도는 증세를 보였으며 결국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폐사했다. 연구진에 속한 제니퍼 매킨타이어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통해 “은연어의 몸이 어떤 과정에 의해 공격받았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혈관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6PPD-퀴논이 은연어 외 다른 동식물에게도 해악을 끼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인간에게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고무 타이어의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6PPD-퀴논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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