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세

2021.01.21 03:00 입력 2021.01.21 10:08 수정

‘코로나세상’이 된 지 1년이 되었다. 잃은 것이 많지만 소중히 일군 공동체가 일거에 무너졌다는 상실감이 가장 크다. 소상공인의 휴·폐업이 속출했고 일자리 잃은 청년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더 심각한 건, 계층·업종 간 ‘피해불평등’이다. 생계형 밑바닥 경제는 생존을 위협받는 반면 부동산·금융 등 자산가들과 대기업은 여전하거나 외려 호황이다. 온라인·플랫폼사업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자영업의 몰락을 그대로 흡수했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새해 들어 ‘국민통합’ 기치를 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심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화두로 던졌다. 코로나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하니 특수를 누린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플랫폼기업이 수수료 인하를 통해 이익을 나누고, 대기업은 고용과 사업안전망을 지원하는 사회연대기금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고 얼마나 아름다운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집값 폭등으로 양극화가 극심하니 이번에는 다를까. 야당과 재계는 ‘기업 팔 비틀기’라고 하면서 이윤추구와 혁신유인을 약화시켜 시장경제를 쇠퇴시킬 거라고 한다. 지난 10년간 ‘이익공유제’가 나올 때와 한 치 차이도 없다.

‘갑질대장’ 대기업과 플랫폼·온라인기업들이 갑자기 공동체를 위한 ‘착한 자본가’로 회심할지 의문이지만 공동체를 위해선 우선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공유경제 영역에서 플랫폼사업자가 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공유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 등에 제도적 장치를 두어야 한다. 비상한 상황인데 선의와 모범사례에만 믿고 기다린다면 끝내 희망고문일 수 있다.

특정 부문의 불평등 외에 사회 전체적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방안은 무얼까. ‘퍼주기’에 가까운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대응 이후 당연하게도 불평등 및 양극화 문제 해결과 재정 확충을 위해 사회연대세 등 증세 논의가 활발해졌다. 각국의 재정 악화를 목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재정여력 확보와 불평등 완화를 위해 누진세 강화와 세율 인상을 권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코로나19로 이익을 보거나 소득·재산 상위 1~5%인 계층에 한시적 목적세로 사회연대세를 도입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다. 저출산·고령화 복지재원까지 고려하고 재정지출의 효율화가 전제된다면, 부가세로 개인·법인 소득세에 10%, 양도세 등 자본이득과 감면 혜택에 20% 수준으로 추가 과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세금이라도 ‘내 세금’이라면 용납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 피해 계층 외에 조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세금을 부담하는 것의 정당성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독일에서 1991년부터 과거 동독 지역 재건을 위해 소득세·법인세에 5.5% 추가 과세해온 사회연대세에 대해 헌재는 ‘어디에 살든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릴 권리’가 헌법정신이고 규모와 기간도 입법자 재량이라며 인정했다. 독일 국민의 희생과 동의로 사회연대세는 30년간 동독 지역 재건과 국민통합에 큰 종잣돈이 되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속에서 달려온 숨가쁜 호흡을 내쉬고 뒤를 돌아보고 대안을 찾으라고 권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재설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도 제공한다.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세는 모두 공동체를 위한 것이기에 양자택일이 아니라 함께 추구하고 가야 할 길이다. 이익공유제든 사회연대세든 국민적 동의와 참여가 있다면 경제도 백신과 치료제가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생채기가 나지 않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