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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사찰이 북한 테러 가능성 때문이었다?

2021.01.29 06:00

‘무더기 불기소’ 세월호 특수단 결정서 보니

폭설도 막을 수 없어라, 남은 이들의 간절함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 등이 정부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약속 이행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설도 막을 수 없어라, 남은 이들의 간절함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 등이 정부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약속 이행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국정원 사찰 “침몰 원인 불명확…가능성 배제 못해” 수용
2. 감사원 감사 축소 의혹 “청와대 압력 있었다는 증거 부족”
3. 해수부 실장 특조위 조사 방해 혐의 “정상 참작” 기소유예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박근혜 정부의 유족 사찰 의혹을 불기소하며 “북한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유족 동향을 파악했다”는 국가정보원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해양수산부 고위 공무원의 범죄 혐의를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했고,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 축소 의혹은 감사원 잘못을 지적하며 불기소했다.

이러한 사실은 경향신문이 28일 입수한 유족 측 고소·고발 사건 8건의 불기소결정서에서 확인됐다. 국정원 목포지역본부 정보관 정모씨는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17일부터 11월5일까지 진도 팽목항에 머물던 유족 동향이 포함된 상황보고서를 작성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보고서 48건에 “진도실내체육관에 희생자 가족 1명(강경성향)이 내려와 선동” “여성들이 속옷을 며칠째 입어 불편을 호소” 등의 내용이 있었다며 수사의뢰했다. 정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중대성과 테러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상부의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수단은 “세월호 침몰의 명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등의 테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던 점에 비춰 사고 동향 파악 사실 자체가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 성향 등 사생활 영역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나 상부의 위법·부당한 지시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다.

유족은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사찰 의혹이 군사법원에서 직권남용죄로 유죄 판결을 받자 권리행사방해죄로 추가 고소했지만 특수단은 “미행, 도감청, 해킹 등의 수단이 사용되지 않았고, 유족의 권리 행사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방해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했다. 유족 측은 군사법원이 권리행사방해죄를 인정했는데도 특수단이 무시했다고 봤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019년 12월 유족 개인정보를 입수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 등이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소강원 전 610기무부대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수단은 연영진 당시 해수부 해양정책실장(1급)이 세월호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수단은 “피의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해수부 장차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작성 내지 중간 결재 과정 관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당시 직책에 비춰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적었다.

임현택 당시 세월호 특조위 운영지원담당관(해수부 파견)이 보수단체 ‘태극의열단’을 종용해 세월호 유족 홍모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게 한 의혹은 사실로 인정했다. 홍씨가 “박근혜 대통령은 능지처참을 당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고발이었다. 특수단은 “임씨가 고발 과정에 일부 관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가 성립하려면 고발 내용이 허위여야 하는데 홍씨 발언은 사실”이라며 불기소했다.

특수단은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황찬현 감사원장이 감사원 감사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감사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해도 이들이 압력을 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했다. 감사원은 2014년 5월 청와대 실지감사를 위해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회안전비서관실 서면보고서 11건과 국가안보실 서면보고서 3건 제출을 요청했으나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특수단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무조건 열람이 불가능하지 않고 대통령 재임 중 생성된 문서는 대통령기록물이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청와대가 주장한 규정이 자료 미제출의 근거가 될 수 없으니 감사원은 계속 자료제출을 요구했어야 한다”며 “감사 종료는 감사반의 자체 판단”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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