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WHO도 "아직"이라지만 백신여권은 이미 시작됐다

2021.02.25 14:00 입력 2021.02.25 14:13 수정
장은교 기자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여권 도입을 두고 논의한다. 백신접종사실을 기록해 국외 여행 때 신분증명서처럼 사용하게 될 백신여권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못맞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논란이 있지만,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개발과 도입에 착수했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한 시민이 극장에 들어가기 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기록된 ‘그린 배지’앱을 보여주고 있다. 예루살렘|EPA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한 시민이 극장에 들어가기 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기록된 ‘그린 배지’앱을 보여주고 있다. 예루살렘|EPA

로이터통신은 24일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관광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을 위해 EU가 25일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 도입을 논의할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다시 여행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EU가 인증하는 백신접종증명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신접종증명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지 여부를 기록하는 것으로, 국외여행 때 ‘백신여권’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백신여권 도입은 EU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루투갈, 스웨덴, 덴마크, 체코 등은 백신여권의 빠른 도입을 촉구한다. 관광수입 의존도가 큰 이 나라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유럽여행위원회는 지난해 유럽 관광 감소율이 전년 대비 51%~85%이라고 밝혔다. 현재 EU는 필수목적 이외의 국외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은 백신여권이 새로운 차별수단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임산부와 아동,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을 수 없고, 백신 접종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늦게 맞는 사람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장관은 “아직 접종을 맞은 사람이 많지 않고, 백신접종이 확실히 전파를 막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신여권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부작용을 우려하며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독일 유리위원회도 “백신 접종 여부가 특권이 되어선 안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2월 기준으로 유럽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다.

백신여권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떤 기준에 따라 발급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백신 접종의 면역력 유지기간은 몇개월로 봐야 하는지, 2회 분량의 백신을 1회만 접종한 사람에게도 발급할 것인지,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한 상황에서 초기 백신만 맞아도 되는 것인지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EU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고, 공통의 기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25일 회의에서 작성될 초안에도 계속해서 논의해나갈 것이라는 내용만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1월 백신여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아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이미 백신여권을 개발했고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1월 세계 최초로 백신여권을 개발했다. 영국은 22일 내무부장관 주도로 백신접종증명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광범위한 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과 이달 초 국경개방 완화에 합의했다. 가디언은 24일 “영국과 그리스 정부가 오는 5월부터 백신여권을 이용해 자유롭게 왕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도 2월말까지 백신여권을 포함한 디지털 건강포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비영리단체인 커먼스 프로젝트는 이미 지난해 코로나19 음성 여부와 백신접종상태를 표시해 전송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고,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도 IT 기업들과 손잡고 백신여권 개발에 투자했다.

프랑스24는 23일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백신 공급 지연, 경기 침체 등 여러 문제와 얽히면서 백신여권을 둘러싼 논란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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