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폭설...일상이 된 '이상기후'

2021.03.06 20:20

지난 3월 1일 16년 만에 내린 큰 눈으로 인해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발이 묶인 차량들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3월 1일 16년 만에 내린 큰 눈으로 인해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발이 묶인 차량들의 모습 . 연합뉴스

봄의 문턱이었던 지난 3월 1~2일 강원지역에 눈이 쏟아졌다. 최대적설량 89.8㎝(강원도 인제군 미시령)에 이르는 16년 만의 폭설이었다. 동해고속도로 등에선 차량 700여대가 8시간가량 고립됐다.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었던 탓에 속초 대포항에선 소형 어선이 가라앉기도 했다. 강원 영동엔 6일에도 눈이 예보돼 있다.

요즈음 날씨는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다. 강원 폭설 일주일 전 경북 안동·예천에선 축구장 350여개(255㏊) 면적에 이르는 산림이 불에 탔다. 낮 기온이 25도에 이르는 등의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 탓이 컸다.

특히 지난 1월은 유난히 기온차가 컸다. 기상청의 기후동향 보고서를 보면 1월 일 평균기온의 최고·최저값 차이는 19.6도에 이른다. 20년 만의 혹한(서울·1월 8일)을 맞았다가 약 보름 후 89년 만의 이상고온(1월 24일)이 나타나는 식이었다. 사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기온·강수·습도가 널뛴다. 이제 우리는 ‘이상기후’가 일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2월 21일 발생한 산불로 경북 안동시 임동면 일대의 숲이 검게 변해 있다. 이번 산불은 낮기온이 25도에 이르는 등 봄을 연상시키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 영향이 컸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1일 발생한 산불로 경북 안동시 임동면 일대의 숲이 검게 변해 있다. 이번 산불은 낮기온이 25도에 이르는 등 봄을 연상시키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 영향이 컸다. 연합뉴스

■날씨가 널뛴다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2019~2020년 호주에서 일어난 6개월간의 산불일 것이다. 한국 영토보다 더 큰 면적(12만4000㎢)이 불에 탔고, 30여명이 사망했다. 10억마리에 이르는 야생동물도 희생됐다. 인도양 쌍극자 현상 등 다양한 요인이 극강의 고온건조한 날씨를 지속시켰다. “기후변화가 아니라면 이렇게 심각한 고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뉴사우스웨일스주립대 사라 퍼킨스 커크패트릭 교수)는 지적이 잇따랐다.

약 1년이 지나 올 겨울엔 미국 텍사스에서 ‘기후재난’이 발생했다. 지난 2월 영하 22도에 이르는 극한 추위가 30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난방용 에너지 수요의 폭증, 발전설비 동파 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일본 중부에선 1m를 넘는 폭설로 8명이 사망하고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선 낙타가 눈으로 뒤덮인 사막을 걷는 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시민들이 프로판가스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휴스턴 | AP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시민들이 프로판가스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휴스턴 | AP연합뉴스

세계 곳곳의 이상 혹한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제트기류의 약화’가 꼽힌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놓는 ‘둑’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남하해, 중위도까지 찬 공기가 내려온 것이다.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온차가 줄면 올해와 같이 제트기류가 약화된다.

한반도의 겨울은 따뜻하기도 했으니 제트기류 약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한파와 이상고온 간 ‘널뛰기’ 역시 제트기류 약화로 초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의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중위도 부근까지 내려와 사행(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불구불하게 전진한다는 뜻)하는데, (제트기류가) 아래로 움푹 파인 구간에 있을 때는 찬 공기의 영향을 받다가, 그 구간이 지나가면 갑자기 따뜻해진다. 이 현상이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 예년보다 눈이나 비가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우 예보분석관은 “(사행하는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아)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갑자기 섞이면 대기가 불안정해 눈이나 비가 내린다”면서 “올겨울 따뜻했다가 갑자기 추위가 닥치거나 혹은 그 반대일 경우 중간중간에 눈이나 비가 많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3월의 폭설...일상이 된 '이상기후'

지난 1~2일의 강원 영동지역 폭설도 이상기후의 결과일까. 속단하기 이르지만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 예보분석관은 “2월 말부터는 (북반구의 한기를 막아주는) 제트기류 약화 현상이 잦아들었다”면서 “대신 우리나라 남쪽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가 한반도에 유입되는 수증기의 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월의 폭설...일상이 된 '이상기후'

■기후변화 대응, 시간이 많지 않다

‘북극발 한파’가 자주 찾아오는 배경엔 북극의 급속한 온난화 현상이 있다. 북극은 현재 지구 평균의 2~3배 속도로 평균 기온이 오르고 있다. 해빙(바다얼음) 면적은 1979년 위성관측 이래 40% 줄었다.

북극이 유독 더 심각한 온난화를 겪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19 온실가스 연보’를 보면,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48% 증가한 410.5ppm이다. 한국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은 417.9ppm(안면도기후변화감시소 측정, 2019년 기준)으로 전지구 평균보다 더 높다.

현재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 상승한 상태다. 2도가 상승하면 지구 육지의 20~30%가 사막이 된다. 6년 전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을 2도 이내, 나아가 1.5도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한 이유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10년마다 지구 기온은 0.2도씩 오르고 있다고 한다. 당장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기후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인류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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