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무한도전’인가?···MZ세대가 11년 전 “무야호” 외치는 이유

2021.03.14 18:50 입력 2021.07.28 20:59 수정

2010년 3월 <무한도전> 195회 ‘외박 특집 오 마이 텐트’에 출연한 알래스카 앵커리지 교포 최규재씨가 프로그램명을 ‘무야호’로 잘못 발음하는 장면은 2021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MZ세대를 웃기는 ‘밈’으로 재탄생했다. MBC 캡처

2010년 3월 <무한도전> 195회 ‘외박 특집 오 마이 텐트’에 출연한 알래스카 앵커리지 교포 최규재씨가 프로그램명을 ‘무야호’로 잘못 발음하는 장면은 2021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MZ세대를 웃기는 ‘밈’으로 재탄생했다. MBC 캡처

“무야~호~!”

시공간이 뒤틀리기라도 한 것일까. 11년 전 미국 알래스카에서 내지른 한 할아버지의 외마디 함성이 올해 상반기 국내 온라인 공간을 달군 최대 화젯거리가 됐다. 2010년 MBC 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한 알래스카 교포 최규재씨가 “무한도전 본 적 있냐”는 출연진 질문에 공식 구호인 “무한도전~” 대신 외친 일성 “무야호~”가 2021년 MZ세대를 웃기는 인터넷 ‘밈(meme)’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콘텐츠가 하나둘 만들어지더니, 조회수 433만회를 넘어선 ‘무야호 리믹스’를 비롯해 ‘무야호 알람’ ‘무야호 3D’ ‘무야호 성대모사’ 등 온갖 패러디 영상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 13일에는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자막에도 활용되며 밈의 종착역이라 불리는 ‘지상파 진출’까지 해냈다.

2018년 종영 이후 3년, 2005년 첫 방송 이래 16년이나 흘렀지만 <무한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다이너마이트’ B사이드 뮤직비디오에서 <무한도전> 속 노홍철의 동작을 따라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가수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역시 <무한도전>의 자막 ‘형이 왜 거기서 나와’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1020세대는 메신저 속 이모티콘 대신 <무한도전> ‘짤’을 활용하고 3040세대는 ‘혼밥’의 쓸쓸함을 <무한도전> 다시보기로 달랜다. 최신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콘텐츠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저화질로 박제된 <무한도전>을 향한 시청자들의 사랑은 세대를 막론하고 굳건하기만 하다. 여전히 현재를 사는 <무한도전>의 끈질긴 생명력,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 속 ‘무야호’ 장면은  ‘무야호 리믹스’를 비롯해 ‘무야호 알람’ ‘무야호 3D’ ‘무야호 성대모사’ 등 온갖 패러디 영상을 낳았다. 유튜브 채널 김뮤직(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더빙신안윤상·췌장이의 유쾌한 골짜기·여유만만·벙펌·킵클레이·딩딩2·JFF·어쏭 캡처

2010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 속 ‘무야호’ 장면은 ‘무야호 리믹스’를 비롯해 ‘무야호 알람’ ‘무야호 3D’ ‘무야호 성대모사’ 등 온갖 패러디 영상을 낳았다. 유튜브 채널 김뮤직(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더빙신안윤상·췌장이의 유쾌한 골짜기·여유만만·벙펌·킵클레이·딩딩2·JFF·어쏭 캡처

“‘혼밥의 시대’잖아요. 저 역시 혼밥을 위해 유튜브를 전전했지만 늘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결국 ‘그때 그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으로 돌아간 이유입니다. 그 추억과 웃음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싶어 계정 운영을 시작했죠.”

중학생 때부터 <무한도전>을 애청했다는 20대 회사원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트위터 계정 ‘무한도전부흥위원회’(@mudoarchive)를 운영하며 <무한도전> 관련 영상·사진 500여개를 게시해왔다. 4개월 만에 팔로워 5만여명이 모일 만큼 반응이 뜨겁다. A씨는 그 원인을 단순한 ‘추억의 힘’이 아닌 ‘콘텐츠의 저력’에서 찾는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고유한 특징 아래, 각기 다른 인간상을 표방한 캐릭터들로 관계성을 만들고, 다양한 특집을 통해 수천가지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무한도전>을 즐겨 봤던 시청자라면 살면서 비슷한 상황에 당면했을 때 자연스레 프로그램 속 장면과 멘트가 떠오를 수밖에 없죠.”

<무한도전>을 ‘현재형’으로 만드는 것은 ‘무한상사’ 같은 캐릭터쇼부터 ‘여드름 브레이크’ 등의 추격전까지 다양한 상황과 뚜렷한 캐릭터로 무장한 ‘보편성’이다. 이 보편성 덕분에 <무한도전>은 빠르고 강하게 남을 웃길 수 있는 밈으로 다시 태어난다. “친구에게 단순히 ‘고맙다’고 말하는 것보다, 평소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무한도전> 속 박명수가 ‘진짜 한번 너 사랑한다’고 말하는 ‘짤’을 전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잖아요.”(A씨) 최근 누리꾼들이 과거 <무한도전> 속 상황극에서 마스크, 손세정제 같은 아이템을 찾아내 코로나19 시대를 예측한 ‘K만물예언서’라는 밈을 유통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십수년간 <무한도전>을 보고 자란 애청자들은 온갖 상황과 인간 군상이 그려진 과거 방영분에서 자신이 호흡하는 현재 사회를 본다.

다양한 상황과 뚜렷한 캐릭터로 무장한 <무한도전>의 ‘보편성’은 빠르고 강하게 남을 웃길 수 있는 ‘밈’이 된다. 예컨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대신, 평소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무한도전> 속 박명수가 ‘진짜 한번 너 사랑한다’고 말하는 ‘짤’을 전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MBC 캡처.

다양한 상황과 뚜렷한 캐릭터로 무장한 <무한도전>의 ‘보편성’은 빠르고 강하게 남을 웃길 수 있는 ‘밈’이 된다. 예컨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대신, 평소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무한도전> 속 박명수가 ‘진짜 한번 너 사랑한다’고 말하는 ‘짤’을 전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MBC 캡처.

하지만 10대들도 열광한 “무야호” 유행에서 보듯, <무한도전>의 소비는 당시 주 시청자였던 2030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무한도전부흥위원회’ 같은 애청자들의 자발적 노력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과거 콘텐츠를 재가공해 유통하기 시작한 방송사들의 전략과 관계돼 있다. 윤기원씨(19)는 “방영 당시에는 어려서 보지 못했던 2006년 수능 특집 같은 편들을 방송사 유튜브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즐겨 보고 있다”고 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 ‘옛능’에 <무한도전>을 재구성해 게시하고 있는 MBC 디지털콘텐츠제작1부 김영규 부장은 “채널 시청자 중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시대를 앞서간 <무한도전> 특유의 빠른 호흡이 최근의 디지털 문법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유튜브 채널 ‘옛능’의 경우 지난 2월 누적 조회수가 5000만뷰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다이너마이트’ B사이드 뮤직비디오에서 따라해 세계적 관심을 모은 <무한도전> 속 노홍철의 동작. MBC·‘다이너마이트’ B사이드 뮤직비디오 캡처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다이너마이트’ B사이드 뮤직비디오에서 따라해 세계적 관심을 모은 <무한도전> 속 노홍철의 동작. MBC·‘다이너마이트’ B사이드 뮤직비디오 캡처

‘밈’과 ‘유튜브’, 새 시대의 소통법을 타고 <무한도전>은 여전히 ‘제작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달라진 시대적 흐름과 여론이 적극 반영될 수밖에 없다. 김영규 부장은 “<무한도전>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할 때 <무한도전>의 오랜 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댓글 반응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며 “<무한도전> 페이스북에 게시되는 ‘무한도전 찐덕후 테스트’의 경우 팬들에게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한도전부흥위원회’ 운영자 A씨는 “<무한도전> 방영분 중 약자혐오적이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 등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장면들은 모두 검열해 게시하지 않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종영된 후에도 <무한도전>이 국민 프로그램으로 남기 위해선 콘텐츠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이를 여과해 재생산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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