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0명 중 9명 부대내 사망사고 경험…"식품 부족해 도둑질도"

2021.03.30 14:09

(평양 AFP=연합뉴스) 북한 인민군 병사들이 평양의 6·25전쟁 전몰자 묘역에서 추모탑을 향해 절하고 있다.

(평양 AFP=연합뉴스) 북한 인민군 병사들이 평양의 6·25전쟁 전몰자 묘역에서 추모탑을 향해 절하고 있다.

북한군 10명 가운데 9명은 근무 중 소속부대에서 사망사고를 직접 보거나 전해들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타와 가혹행위도 만연해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북한군 복무 경험이 있는 북한이탈주민 3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진행했다. 응답자들의 증언은 기존 연구나 다른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집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교차검증했다.

조사 결과 30명 중 27명(90%)이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했거나 소속 부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사망사고 원인은 작업중 사고(16건), 안전사고(11건), 훈련중 사고(8건), 구타/가혹행위 및 싸움 관련 사고(8건), 총기사고(6건) 등이었다. 8명(26.7%)은 공개처형 현장을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구타·가혹행위도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을 제외한 29명이 구타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80%는 ‘구타가 일상적’이라고 대답했고, 20%는 구타가 음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혹행위로는 ‘마다라스(매트리스) 메고 고지뛰기’ ‘선착순’ ‘평행봉 훈련’ ‘잠잘준비·기상 반복’ ‘곱빼기 근무’ ‘암기 강요’ 등이 있었다.

가족과의 편지 연락도 쉽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편지 교환이 빨라야 1~2달이고 보통은 3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린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2010년대 이후 군관(소대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거의 대부분 사용하고, 병사들도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몰래 구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탈주민들은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로 ‘식사 문제’를 꼽았다. 부족한 배급으로 인해 양이 적고 질도 떨어진다고 증언했다. 병사들은 부족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거나 집에서 도움을 받는 등 개인적인 노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부대와 일선 일반부대의 배급 수준 차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책임자인 이기찬 독립연구자는 “북한군 인권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과도한 대규모 병력운영과 장기복무다. 128만 대군을 운영하기에는 북한의 재정과 군의 경영관리능력이 부족하다”며 “남자 10년(의무), 여자 7년(지원)이라는 긴 복무기간 동안 양질의 식사와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도 못하면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의 위협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자는 “‘북한군 인권문제’는 ‘북한 사회 인권문제’보다 더 접근이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예를 들어)농촌지원을 강제노동으로 금지하면 결국 군인들의 식량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북한군 인권문제는 북한 인권문제 일반과 함께 조사, 연구돼야 하고 앞으로도 지속적 관심과 추가적인 조사가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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