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험프리스’, 주한미군 초청자 자가격리 프리패스 논란

2021.04.29 06:00 입력 2021.04.29 06:51 수정

소파 규정 따라 주한미군은

한국 통제 아닌 미군이 관리

주한미군이 지난달 9일 도착한 얀센 첫 물량을 살피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갈무리

주한미군이 지난달 9일 도착한 얀센 첫 물량을 살피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미군의 초청 외국인 중
거주지 ‘험프리스’로만 적고
코로나 검역 없이 입국 늘어
공항서 대중교통 타고 가기도

보건소 측 “연락두절도 많아”
당국, 뒤늦게 인적사항 확인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입국자는 휴대폰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과 그 가족은 예외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그런데 SOFA가 적용되지 않는 주한미군 지인들까지 방역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경기 평택시보건소는 지난 26일 인천공항 검역소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공문을 보내 주한미군 관련 외국인의 입국 절차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입국심사서에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는 물론 초청자의 인적사항도 기재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평택시보건소가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관내에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해외 주둔 미군기지 중 가장 큰 규모로, 지난해 12월 영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댄스파티를 열어 도마에 올랐다. 평택에 사는 A씨(52)는 “험프리스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온 동네가 긴장한다”고 말했다. 평택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평택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미군 확진자는 707명에 이른다.

미군과 군속은 SOFA에 따라 한국 방역당국 통제를 받지 않는다. 군사보안 등을 이유로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자 앱 설치도 면제된다. 대신 공항에 대기 중인 미군 측 방역버스를 타고 미군 캠프로 이동해 미군기지 내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다. 음성이 나와도 캠프 내 시설에서 2주간 격리하게 돼 있다. 이들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방역당국은 이들의 자가격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입국심사서에 연락처를 아예 적지 않거나 연락처를 적었더라도 통화를 시도하면 연결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평택시보건소 관계자는 “입국심사서에 연락처도 없고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자가격리자 앱을 깐 것도 아니다 보니 제대로 격리를 하고 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을 때가 있다”며 “미군 측에서도 누구의 가족으로 왔는지 찾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자 번호를 전국 보건소에 배포해 찾기도 하지만 결국 못 찾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군과 군속, 이들의 가족이 아닌데도 방역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미군이 초청한 약혼자 등은 일반 외국인처럼 인천공항에서 자가격리자 앱을 설치해야 한다. 단기 체류자인 경우는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격리시설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입국심사서에 거주지를 ‘험프리스’라고만 적으면 자가격리자 앱 설치 등과 같은 별도 검역 절차 없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미군 측 방역버스에 타지 않고 개별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법무부가 주한미군과 미군 군속의 비자와 일반인 구분을 정확히 하고, 주한미군이 입국자에 대해 사전에 법무부와 검역소, 지자체에 알려주면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주한미군 관련 입국자의 출입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시보건소 요청대로 입국자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정확히 기재하도록 하고 필요시 초청자의 인적사항도 확인해주겠다는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