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중국 ‘디지털 위안화’ 속도 내자 미국도 ‘디지털 달러’ 띄우기

2021.05.25 22:51 입력 2021.05.25 22:54 수정
베이징 | 이종섭·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중국, ‘걸림돌’ 될 수 있는 비트코인 규제로 ‘사전 정지 작업’

미 연준 “달러 디지털화 연구 강화”…발행 준비 본격화 시사

달러화 지위 위축 우려·가상통화 위험성에 유보 입장서 선회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디지털 화폐 경쟁을 예고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비트코인 규제에 박차를 가하자, 미국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디지털 달러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가상통화가 역설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도입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24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행사에서 “연준이 달러의 디지털화를 위한 공공부문의 개입과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뒷받침하는 디지털 달러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0일 올여름 디지털 화폐에 관한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도입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나온 발언이다. 미국이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 연준은 그동안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 화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이 ‘디지털 위안’ 도입에 속도를 내자 연준도 ‘디지털 달러’ 도입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일찌감치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시작한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시범 발행까지 마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의 위상을 미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라 보고 있다. 결국 미국이 디지털 달러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결제 수단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위안이 앞서 나갈 경우 달러화의 지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통화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디지털 화폐 도입 경쟁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날 “가상통화는 결제 시스템과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안전한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면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0일 1만달러 이상의 가상통화 거래는 국세청(IRS)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앞서 중국도 대대적인 가상통화 단속에 나섰다. 중국은 이미 2017년부터 공식적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지만 해외 거래소를 통한 음성적 개인 거래는 사실상 묵인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가상통화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내고 가상통화 거래와 이를 지원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는 조만간 가상통화 채굴 단속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가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65%가 채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가상통화 단속을 강화하는 데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는 채굴 과정 때문에 탄소 감축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에 앞서 장애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 제거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지난 24일 사설에서 “가상통화 불법 채굴과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에 더 양호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읽음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