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기후변화, ‘바이러스 난민’ 유발…지구 절반 야생 복구해야”

2021.06.23 21:15 입력 2021.06.23 21:31 수정

세션 I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기후위기 인식 대전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 ‘기후위기의 시대 - 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에 비대면으로 참석해 대담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 ‘기후위기의 시대 - 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에 비대면으로 참석해 대담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후위기의 시대-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2021년 경향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지속 가능성 기반 신기술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면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 “효율성 높은 기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바이오테크의 발전 등이 결합해 지속 가능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위해 각국의 탄소세 도입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의 사회로 고어 전 부통령과 리프킨을 화상으로 연결해 1시간가량 진행됐다.

최재천 = 두 분이 요즘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고어 = 풀뿌리 기후운동가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원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후 추적(Climate Trace)’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리프킨 =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2050년까지 ‘제로 에미션’(배출가스 제로) 사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탄소배출 제로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최재천 = 코로나19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나.

고어 = 세 가지다. 첫째, 오래전부터 역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기후위기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고, 지금 우리가 쓰디쓴 경험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엄중한 경고를 할 때는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코로나19는 상호연결된 세계가 하루아침에 전복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도 이런 엄청난 대격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반추하는 기회가 생겼다.

리프킨 = 아버지가 1905년생, 어머니가 1911년생인데, 당시만 해도 자연의 88%가 손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야생지대가 점점 줄면서 동물들이 이주하고, 그 동물들과 함께 바이러스도 이주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바이러스 난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야생에 있던 바이러스가 오갈 데 없이 옮겨다닌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명예교수(사회생물학자)의 말처럼, 지구의 절반을 야생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지금 토양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배출하고 있다. 이게 계속되면 게임이 끝난다. 인류가 스스로 지구를 다 통제할 수 없다. 대기와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위협받을 것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이 교훈을 배우고 생태계에 다시 동참하면 인간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앨 고어

인공지능·바이오테크 발전 등
신기술 가격 경쟁력 높아지면
수백만개 일자리 창출 가능

제러미 리프킨

‘탄소세 도입’ 국제 협력 필수
적극적인 재활용 등 통해
에너지 순환체계 구축해야

최재천 = 미국은 일자리 창출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다.

리프킨 = 미국은 향후 20년 동안 16조달러를 투입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연방 차원과 주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지 걱정이다. 독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면, 태양열이나 풍력 등으로 전력을 생산한 뒤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도 여러 방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고어 = 기후위기 해결과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는 건 사실상 같은 목표다. 한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퍽’이 어디 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오로지 퍽이 갈 방향으로 친다고 했다. 정부도 똑같이 해야 한다. 지금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기술들과 새로운 지속 가능성 기반 신기술들이 서로 경쟁 중인데, 신기술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자본이 투자되고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효율성이 수백배로 강화된 기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바이오테크의 발전 등이 결합해 지속 가능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최재천 = 모든 국가가 기후위기 해결에 동참하게 할 해법은.

고어 = 전 세계 학자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탄소배출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저도 10년 전에 조세중립적 세금과 탄소세 배당금(탄소세로 인해 연료비 등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관련 세수를 저소득층을 비롯한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다만 어느 나라에서나 증세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제안을 지지하고 있고 진전을 보이는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탄소세에 대한 반박도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리프킨 = 탄소세에 적극 찬성한다. 다만 탄소세를 받으면 노동계층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대안을 제공해줘야 한다.

최재천 = 에너지 전환도 중요하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목표 아닐까.

리프킨= 풍력 터빈을 바다에 설치한다면, 어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감독을 잘해야 한다. 중요한 건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순환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재활용을 많이 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고어 = 동의한다. 리프킨 박사 말대로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게 너무나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동북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속도와 방향과 관련해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룬 진전도 대단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치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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