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히말라야에 잠든 김홍빈 대장···가족 요청에 “수색 중단”

2021.07.26 15:08 입력 2021.07.26 18:44 수정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지만 하산 도중 조난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 관계당국은 가족 들의 요청에 따라 수색을 중단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광주시산악연맹 제공.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지만 하산 도중 조난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 관계당국은 가족 들의 요청에 따라 수색을 중단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광주시산악연맹 제공.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지만 하산 도중 조난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57)이 끝내 히말라야의 품에 잠들었다. 김 대장의 가족들은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수색 중단을 요청했다. 관계당국은 장례절차 논의에 들어갔다.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 광주시 사고수습대책위원회는 26일 “히말라야 현지에서 조난된 김 대장을 찾기 위해 진행됐던 구조와 수색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장의 배우자는 지난 25일 진행된 헬기 수색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뒤 이날 오전 수습대책위에 직접 ‘수색 중단’을 요청했다. 그는 “김 대장이 평소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산에 다녔는데 죽어서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산에 묻히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면서 “수색 활동 등에 따른 2차 사고 위험 등이 있는데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현지시간) 브로드피크(8047m) 등정에 성공하며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하산 하던 도중 조난을 당했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5시55분 위성전화로 국내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조난 소식을 접한 러시아 구조대가 구조에 나서 이날 오전 11시쯤 김 대장을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지만 또다시 추락 사고가 났다.

사고 이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산악인들도 사실상 김 대장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가 난 곳은 7900m 지점으로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헬기 접근도 어렵다. 현지 등반 경험이 있는 산악인들은 “지형과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타깝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수색 작업이 중단됨에 따라 현지 베이스캠프에 있던 한국인 대원들은 위령제를 올린 뒤 파키스탄 스카루드로 철수했다.

장례 절차도 본격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의 전례에 비춰 대한산악연맹장이나 산악인장이 추진되고 있다.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과 2018년 베이스캠프에서 눈사태로 사망한 김창호 대장의 장례식은 산악인장으로 진행됐다. 2009년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등정 후 하산길에 사고로 숨진 고미영 대장의 장례식은 대한산악연맥장으로 치러졌다.

사고수습대책위원회는 정부에 ‘체육훈장’ 추서도 건의하기로 했다. 조인철 광주시 사고수습대책위원회 위원장(문화경제부시장)은 “안타깝지만 수색을 중단하기로 결론내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악인인 김 대장의 업적 등을 고려해 가장 영예로운 방법으로 장례를 추진하겠다”면서 “파키스탄과 중국 정부가 구조에 최대한 지원을 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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