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하루 만에…탈레반, 난민 탈출 저지

2021.08.19 21:10 입력 2021.08.19 22:06 수정

아프간인·가족들 통행 막아

공항 인근서 총격 가하기도

미 “공항 이동 안전 미보장”

대피 완료까지 미군 남기로

국외 탈출 위해 카불 국제공항에 몰려든 아프간인들. AP연합뉴스

국외 탈출 위해 카불 국제공항에 몰려든 아프간인들. AP연합뉴스

탈레반이 미국 정부와의 약속을 뒤집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가족들의 탈출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대피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목표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 있는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신이 설정한 미군 철수 완료 시점인 이달 말 이후에도 미군이 아프간에 잔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18일 공지문을 통해 적법한 서류를 갖춘 사람들에게 카불 공항에서 국외로 탈출할 비행편을 제공하고 있지만 카불 공항까지의 이동에 대해선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카불 국제공항은 현재 아프간에서 유일한 탈출로다. 미 대사관은 “상당히 많은 개인이 등록을 했고 비행편의 공간은 선착순 원칙에 따라 제공하고 있음을 양지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카불 공항까지의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 탈레반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이 공개적인 약속과 반대로 떠나기를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을 봤다”면서 “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아프간인이 공항으로 오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탈레반은 민간인들에게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왔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하루 만에 약속을 뒤집고 카불 전역에 설치한 검문소 등에서 카불 공항으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CNN방송은 미국으로부터 입국 허가증까지 받은 아프간 남성이 탈레반의 저지에 막혀 공항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마커스 얌 기자는 트위터에 “탈레반이 공항 인근 도로에서 아프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채찍과 막대기 등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 15일부터 공항 안팎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공항에서 총에 맞거나 압사하거나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숨진 사람이 최소 40명이라고 전했다.

미국으로선 탈레반과의 협상 외에는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공항을 확보하는 게 현재 최우선 과제이며 공항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전날 한 시간에 1대씩 항공기를 이륙시켜 하루 5000~9000명을 후송하는 것을 목표로 8월31일까지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국인은 1만1000명, 아프간인 조력자와 가족 등 8만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목표 시한인 8월31일을 넘기더라도 모든 미국인이 대피할 때까지 미군을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8월31일 이후에도 미군이 아프간에 남을 경우 탈레반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여야 의원 40여명은 시한에 구애받지 말고 미국과 동맹국 시민은 물론 아프간 현지인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미군 주둔을 촉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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