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 “COP26 실패…지적 생명체로서 인간은 멸종”

2021.11.14 20:53 입력 2021.11.14 22:17 수정

폐막식 날 영국 글래스고 대성당 인근 공동묘지서 장례식

젊은 운동가들 “기후위기로 무너진 사람들에 대한 모욕”

<b>폐막식서 박수받는 샤르마 의장</b> 13일(현지시간)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식에서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가운데)이 집행위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글래스고 | 로이터연합뉴스

폐막식서 박수받는 샤르마 의장 13일(현지시간)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식에서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가운데)이 집행위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글래스고 | 로이터연합뉴스

“이 행성의 지적 생명체로서 인간은 이미 멸종됐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식이 열린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대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는 COP26 실패를 추모하는 장례식이 거행됐다. 장엄한 스코틀랜드 민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검은색 망토를 걸친 사람들이 ‘COP26 실패’라고 쓴 비석을 들고 공동묘지에 들어섰다. 비석을 묘지에 내려놓고 그 앞에 바르게 눕자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뒤집어쓴 운동가들이 주위를 돌다 무릎을 꿇고 묵념을 했다.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은 이내 슬픔으로 일그러졌다.

COP26 폐막식이 열린 이날 행사장 안팎에서 시위를 벌여온 미래세대 기후활동가들의 비판은 더 거세졌다. 장례식을 개최한 기후대응 단체 ‘멸종반란’의 운동가인 카렌(가명)은 “우리는 COP26의 실패와 어리석음으로 희생된 지구를 위해 슬퍼하고 있다”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COP26에서 가장 필요했던 건 석유 채굴 금지 약속과 화석 연료 발전 지원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었다”며 “그 이하는 멍청한 짓”이라고 말했다.

캐시 알렌도 “지구 평균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수많은 지역사회가 홍수, 가뭄, 땅 손실 등으로 고통받는다”며 “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데 가장 적은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최전방의 지역사회 사람들을 위해 특히 애도를 표한다. COP26은 실패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COP26 기간 동안 젊은 리더십을 보여줬던 환경단체 운동가들도 총회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총회를 요약하자면 어쩌고저쩌고(Blah, blah, blah)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도 회의장 밖에서 계속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간다의 기후정의 활동가 버네사 나카테는 “글래스고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이 마침내 기후위기로 많은 것들을 잃고 있는 취약한 국가들을 돕기 위해 기금을 설립할 것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막바지에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영국이 협정에서 ‘기금’이란 단어를 빼버리고 ‘워크숍’이란 단어로 대체해버렸다. 부국들은 가난한 나라들에 초래한 비용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이로써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빈곤퇴치에 앞장서온 국제 비정부기구(NGO) ‘액션에이드’ 측은 “이번 총회는 기후위기로 삶이 산산조각나고 있는 수백만명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원주민, 농부, 여성과 소녀들에게 한 푼도 약속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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