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

2020.01.14 22:14 입력 2020.01.14 22:42 수정

대법 ‘취업규칙’ 판결 의미

“2년 초과 근속자, 정규직 근로조건 그대로 적용해야”

기업 정규직 전환 회피 ‘꼼수 직군’ 제동…줄소송 예고

<b>“비정규직 이제 그만”</b> 비정규직 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1000명 설문조사 발표 및 2차 촛불행진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례 발표를 마친 참가자들은 핵심 요구사항을 적은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비정규직 이제 그만” 비정규직 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1000명 설문조사 발표 및 2차 촛불행진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례 발표를 마친 참가자들은 핵심 요구사항을 적은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라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별적 대우’는 위법하다는 결론이 담겨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근로조건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모씨 등 7명이 대전MBC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기간제법 4조 2항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를 두고 사용자 측과 노동계 측의 해석이 팽팽히 맞서왔다. 노동계 측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정규직을 의미한다고 본다. 사용자들이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려고 ‘무기계약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무기계약직에게는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복지 등을 정한 별도의 취업규칙을 적용해왔다.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사업장 내 직종, 직위 등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배상원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이번 사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에 대한 취업규칙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경우”라며 “기간제법 4조 2항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부딪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원고들에게는 동일한 부서 내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동종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배 연구관은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가 2년을 초과해 근무한 경우 단지 기간만이 늘어난다고 볼 수 없고, 근로조건까지 포함해서 근로자 지위가 변경된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회장 김선수 대법관)도 지난해 7월 세미나를 열어 이번 사건 쟁점을 토론했다. 토론문을 보면,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2006년 12월 기간제법 제정 당시 정부는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홍보했다”면서 “무기계약직군을 신설해 근로조건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하는 사용자의 행태는 탈법행위”라고 했다. 이어 “무기계약직은 기간제근로자보다는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 정규직의 근로조건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전MBC 사건처럼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는 경우에는 종전의 근로조건을 계속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사적 자치의 원칙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배 연구관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업장들이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취업규칙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 취업규칙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과 많은 차별을 둔다면 (노동자들이 소송을 걸면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평등원칙 등에 대해 대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수행했지만 임금·복지 수준은 비정규직에 가까웠다. ‘중규직’ 차별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은 무기계약직에게도 정규직과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무기계약직이 ‘진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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