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는지를 두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트럼프의 주장이 엇갈린다. 관건은 이를 입증할 대화 녹음파일이 있느냐다.
테이프를 먼저 입에 올린 건 트럼프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코미가 해임되자 언론들은 “러시아 게이트 수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코미에게 충성맹세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자 사흘 뒤 트럼프는 트위터에 “코미는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썼다. 마치 테이프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협박처럼 보였다.
코미는 지난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테이프가 “제발 있기를 바란다”며 있으면 공개하라고 역공했다. 의회도 나섰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코미에게 메모 사본을 넘기라고 요청했고, 돈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도 트럼프와 코미의 대화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오는 2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한 발 뺐다. 그는 지난 9일 테이프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른 시일 안에 밝히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답변을 들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테이프가 없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퇴를 끌어낸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 빌딩을 도청하려 한 사실이 아니라 닉슨이 이를 은폐하려 했음을 담은 테이프였다. 테이프가 공개돼 트럼프와 코미 중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드러날지, 트럼프의 ‘근거 없는 협박’ 해프닝으로 끝날지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