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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훼손 ‘채굴’로 달리는 친환경 전기차…바이든의 딜레마

2021.03.03 22:15 입력 2021.03.03 22:16 수정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위한

희토류 생산 과정 환경오염

전기차 전환 정책의 암초로

지난해 9월 미국 네바다주 북부의 한 산에 피어 있던 꽃 무리가 하룻밤 사이 모두 시들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즉각 조사에 나선 환경단체는 인근 광산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갈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이 꽃뿐 아니라 주변 야생생물의 서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광산 운영사는 혐의를 부정하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빠른 속도로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고 있는 전기차가 예상치 못한 환경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광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환경 분야의 양대 과제가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자동차 제조사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완료하고 이후로는 내연기관 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최대 자동차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까지 승용차 부문의 전기차 전환을 완료하기로 했는데 이를 5년 앞당긴 것이다.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방정부 소유 차량 64만5000대를 전기차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전기차 세액공제 및 충전소 확대를 약속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전기차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확대를 목표로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검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내연기관 차량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딜레마는 여기서 발생한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과 코발트 등 희토류를 소재로 한다. 이들 광물의 채굴 과정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예컨대 코발트는 채굴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침출될 수 있는 부산물이 발생하고, 제련 과정에서는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리튬 역시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사용된다. 희토류 부존량으로는 세계 3위인 미국이 2000년대 초반 자국 내 채굴을 중단하고 해외 수입에 의존한 것도 이런 환경 문제 때문이었다. 희토류 자석 회사인 어드밴스드 마그넷 랩의 최고경영자 마크 센티는 로이터통신에 “채굴 없이는 녹색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국 내에서 더 많은 광산 채굴을 재개해야만 한다. 그런데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소유의 토지와 연안지역의 최소 30%는 미래 세대를 위해 개발하지 않고 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는 어느 쪽으로든 유권자를 화나게 하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활용 시 안정성 우려 등으로 인해 5% 정도만 재활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 라덴카 마릭 코네티컷 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리튬 배터리의 재활용률은 매우 낮지만 시간과 혁신이 있다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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