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협회장 “한·미, 반도체 정책 뿐 아니라 중국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2022.09.05 12:18 입력 2022.09.05 14:39 수정

5~7일 방한 뉴퍼 회장 공동인터뷰

“중국 시장 접근 줄면 기업도 손해”

중국 견제·기업 경쟁력 간 균형 강조

반도체과학법 ‘가드레일’ 조항 우려에

“삼성·SK에 유연성 제공 방식 기대”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긴밀하고 신중하게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일반적인 반도체 정책 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99%를 대표하는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존 뉴퍼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한·미 간 반도체 정책 협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너무 많은 게 걸려있어 잘못 대응하는 게 용인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미국이 시스템반도체, 설계, 장비 분야에서 보유한 경쟁력과 한국의 메모리 분야 경쟁력과 제조 능력을 두고 “보완적”이라며 양국 산업 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뉴퍼 회장은 보호주의 입법 논란을 일으킨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에 대해서는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미국 반도체 제조기반을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반도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것(리쇼어링)은 아니고 균형을 맞추려고(리밸런싱) 할 뿐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 견제와 기업 경쟁력 확보 사이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35%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 미국 기업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퍼 회장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줄어들면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이 감소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이 그만큼 앞서나갈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정책결정자들이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과학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는 ‘양날의 검’이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하면 거액의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지원 수혜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 반도체 투자를 금지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에 구속된다. 이 때문에 중국에 이미 공장을 둔 상황에서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는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법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견제가 초점인 반도체과학법의 가드레일 조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와 더불어 한국 기업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제기돼온 사안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상무부에서 하위규정 마련 시 한국 측과 지속해서 협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뉴퍼 회장은 문제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미 의회가 기술 정책에서 중국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며 “미국 납세자의 막대한 돈이 투입된 만큼 의회가 그 돈이 적절하게 사용되기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무부나 다른 부처가 법 시행 지침을 준비할 때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중국 투자를 금지한 해당 법 조항 때문에 한국 등 세계의 혁신적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협회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협회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뉴퍼 회장은 이달 중 개최가 유력한 미국·한국·일본·대만 4개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회의에 대해선 “아직 어느 방향으로 갈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주요 반도체 산업 국가 간에 협력할 영역이 분명 있다. 칩4 회의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칩4 회의에서 공급망 회복력, 세계무역기구(WTO) 강화 및 WTO 정보기술협정(ITA) 확대, 지식재산권 이행·보호 등이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퍼 회장은 5~7일 방한해 삼성, SK하이닉스, 산업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대표 등을 지낸 뉴퍼 회장은 2015년 1월부터 SIA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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