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때 포획된 범고래 ‘롤리타’, 52년 만에 바다로 돌아간다

2023.03.31 14:34 입력 2023.03.31 14:51 수정

1970년 ‘범고래 사냥’ 당시 포획···50년간 쇼 동원

파트너 ‘휴고’는 스트레스성 이상행동으로 죽어

90세 어미 고래 ‘오션 선’ 있는 고향 바다로

범고래 롤리타. AP연합뉴스

범고래 롤리타. AP연합뉴스

4살 때 포획돼 미국 마이애미의 한 수족관에서 고래 쇼에 동원되어온 범고래 ‘롤리타’가 52년 만에 바다로 돌아간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비영리단체 ‘토키의 친구들’ 등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암컷 범고래 ‘롤리타’를 고향인 태평양 북서부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원래 이름이 ‘토키태’인 롤리타는 1970년 여름 미 워싱턴주 퓨짓사운드 연안 바다에서 고래 포획꾼들의 ‘범고래 사냥’으로 붙잡혔다. 이 구역 범고래 개체 수를 40% 가까이 줄인 대대적인 사냥으로 최소 13마리의 범고래가 죽었고 45마리가 포획돼 전 세계의 동물원과 수족관으로 보내졌다. 포획 당시 롤리타의 추정 나이는 4살이었다.

롤리타는 포획 이후 지난해 병에 걸리기 전까지 약 50년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고래 쇼를 하며 살았다. 현재 나이는 57세로 이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몸무게가 2267㎏에 달하는 롤리타는 현재 너비 24mX11m, 깊이 6m의 비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고 있다.

동물권리옹호단체인 ‘범고래 네트워크’의 이사회 의장인 하워드 가렛은 이번 방류가 “우리의 자연 환경을 복원하고 우리가 착취와 개발로 망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며 “바다는 롤리타의 오랜 고향이며, 그가 고향에 가서 안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쇼를 하고 있는 롤리타. 위키피디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쇼를 하고 있는 롤리타. 위키피디아

롤리타가 50여년에 걸친 긴 쇼를 그만두고 방류되기까지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노력이 컸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2015년 롤리타의 사육 환경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어긋난다며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모회사인 팰리스 엔터테인먼트를 고발했다.

특히 롤리타의 파트너였던 범고래 ‘휴고’가 1980년 수조 벽에 머리를 반복해서 부딪히는 스트레스성 이상 행동을 보인 뒤 뇌동맥류로 사망하면서 쇼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롤리타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지난해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의 소유권이 ‘돌핀컴퍼니’로 넘어가면서 이 회사는 연방 규제기관과 합의에 따라 롤리타를 더 이상 쇼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토키의 친구들’ 등의 단체가 수족관 소유주 등과 협의해 롤리타의 방류를 추진해 왔다.

태평양에서 포획된 범고래 ‘롤리타’가 50년간 쇼를 해온 마이애미 해양수족관. AP연합뉴스

태평양에서 포획된 범고래 ‘롤리타’가 50년간 쇼를 해온 마이애미 해양수족관. AP연합뉴스

다만 롤리타가 방류되기까지는 18~24개월이 소요될 것을 보인다. 먼저 롤리타는 비행기 편으로 워싱턴과 캐나다 사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이송된 뒤, 바다에 설치된 큰 그물 안에서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냥 등의 훈련을 받게 된다.

‘토키의 친구들’의 레이넬 모리스는 “토키태는 불과 4살 때 끌려갔기 때문에 사냥을 배워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 무리가 내는 소리를 알고 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노래를 잘 기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롤리타의 고향에는 롤리타의 어미 고래 ‘오션 선(Ocean Sun)’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션 선의 나이는 90세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롤리타가 야생 환경에서 오래 살 수 있다는 방류 옹호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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