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위성 개발 등 군사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필요시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리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황에서 미국은 독자 제재 및 한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가 제재가 이미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고립된 북한과 러시아에 얼마나 타격을 가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러의 군사관계가 급성장하는 것을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어떤 합의든 우리에게는 중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북·러가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를 추진할 경우 “당연히 우리는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적절히 다룰 것”이라며 “북한에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분명히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북·러가 논의할 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양국 협력 확대, 그리고 이뤄질 가능성이 큰 무기 이전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실제 무기 이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관련해선 “(무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긴밀히 주시하면서 적절한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경우 “우리는 (양국에) 응분의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공조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군사물자 동원을 막기 위해 서방국들을 규합해 대러 수출통제를 포함하는 강력한 제재망을 구축했다. 그러자 전쟁 장기화로 탄약 등 무기 비축량이 바닥난 러시아가 국제사회 감시가 미치지 않는 북한에 무기 조달과 관련 ‘SOS’를 보내는 동향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말부터 지속적으로 북·러 무기거래 정황을 경고하면서 대북, 대러 제재를 위반한 개인과 기관에 대한 독자 제재도 잇따라 발표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실제로 두 나라간 무기 거래나 군사 기술 이전이 성사되면 미국은 공언한대로 본격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일단 유엔 안보리 결의상 금지된 행위를 한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안보리 차원에서 책임을 묻는 작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탄 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 채택 추진 등의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안보리 구도 상 실현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 당사국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중국도 추가 대북·대러 제재에는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독자 제재나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공동 제재 조치를 내놓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전날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도 “러시아의 전쟁 기술·물품 확보를 저지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우선 현안”이라며 방한 기간 한·미 간 대러 수출통제 공조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을 시사했다. 다만 추가 제재 조치가 이미 고립된 북·러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고 있는 불법 사이버활동 관련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으로 인한 북한 핵·미사일 위기 고조에 대응해 한·미 차원의 확장억제 강화는 물론 한·미·일 3자간 위기 시 협의, 공동 대응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