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언론인이자 약 7년간 이슬람 무장세력에 인질로 붙잡혔다 생환했던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앤더슨 전 기자는 21일(현지시간) 뉴욕주 그린우드레이크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 최근 심장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사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그의 딸 술롬 앤더슨은 밝혔다.
술롬은 “비록 아버지의 삶은 인질로 붙잡혀 있는 동안 극심한 고통으로 점철됐지만, 최근 몇 년간 조용하고 평온한 평화를 되찾았다”면서 “나는 그가 최악의 경험들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인도주의적인 일을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줄리 페이스 AP통신 수석부사장 겸 편집장은 “앤더슨은 현장 취재에 깊이 헌신했으며, 저널리즘 활동과 인질로 잡혀 있는 기간 큰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앤더슨이 했던 작업의 결과로 그와 그의 가족이 치른 희생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애도를 표했다.
1947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귀국한 그는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AP통신에 입사해 다양한 국가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1980년 일본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광주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해 국가 폭력의 실상을 보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이 당시 작성한 기사 원고를 2020년 일반에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앤더슨은 ‘광주 폭동’이라고 주장한 정부 발표와 정반대의 사실을 기록해 보도했다.
고인은 기사에서 “광주 시민들은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들이 5월 18~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기사에는 계엄군이 외곽으로 물러나 있던 5월23일 시민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곳곳에 있는 잔해와 불탄 차들을 치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인은 2020년 발간된 <AP, 역사의 목격자들> 책에서 계엄군이 ‘폭도’ 3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자신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시신을 모조리 셌고, 첫날 한 장소에서만 179구를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1985년 AP통신의 베이루트 지국장이었던 고인은 자택 인근에서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그의 눈을 가린 채 구타하고 베이루트와 베카 계곡 등에 있는 20여개의 은신처에 2454일 동안 감금했다. 그는 당시 가장 오랫동안 억류된 미국인 인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1년 12월 석방된 그는 영웅과 같은 환대를 받으며 미국으로 돌아왔으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미국 법원은 이란 정부가 그의 납치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해 이란 동결 자금 수백만달러를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고인은 투자 실패로 보상금 대부분을 잃었고 2009년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다 2015년 은퇴해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작은 말 농장에서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