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독트린’ 속 미국 리더십 어떤 모습일까

해리스 핵심 외교 참모들

“미국의 ‘절제된’ 국제적 리더십 옹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나 방향을 대체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우크라이나 지원 등 미국의 국제적 역할 중시 △동맹·파트너와의 공조 강화 △중국에 대한 군사·경제적 견제 지속 등과 같은 큰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2일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안보와 가치를 해외에서도 변함없이 증진할 것이다”라며 “중국이 아닌 미국이 21세기 경쟁에서 승리하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포기하는 게 아니라 강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필 고든 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등 해리스 부통령 측 핵심 외교라인 인사들이 미국의 리더십과 역할을 바라보는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게 미 학계 및 언론들의 분석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계속 발휘할 것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힘이 지닌 한계를 직시해 절제된 수준에서 힘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할 수 있다.

필 고든 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미국외교협회 캡처

필 고든 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미국외교협회 캡처

고든 보좌관은 미국의 중동정책 실패 사례를 분석한 2020년 저서 <롱게임에서 지기: 중동에서의 정권 교체라는 거짓 약속>(Losing the Long Game)에서 미국 외교정책 리더들의 ‘오만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동 지역의) 모든 문제에는 미국적인 해법이 있다는 오류”를 비판하며 특히 정권 교체를 “최악의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중동 조정관을 지낸 그는 미국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 했던 시도에 부정적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미군 완전 철군을 결정할 때는 탈레반 재집권과 난민 발생 위기에 대비해 소규모 병력이라도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마이클 브레네스 예일대 역사학과 강사는 계간지 보스턴 리뷰에 실린 글에서 고든 보좌관에 대해 “절제와 이성을 갖춘 외교정책” “수단과 목적의 일치”를 추구하는 ‘실용적 국제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고든 보좌관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된다.

고든 보좌관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을 보좌하는 리베카 리스너 국가안보부보좌관도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중시하되 한계선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리스너 부보좌관은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2020년 공저한 <개방된 세계>(An Open World)에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닌 한계를 인정하고 국가 간에 자유무역, 안보협력, 국제 공유지 접근 등의 원칙을 공유하는 ‘개방된 체제’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린폴리시는 고든 보좌관과 리스너 부보좌관의 저서 등을 통해 해리스 후보의 외교정책이 “덜 오만한 미국”을 지향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식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이분법적 사고와도 다소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 핵심 외교참모들의 인식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축소를 우선시하는 민주당 내 일부 진보 진영의 시각과도 거리가 있다. 다만 폴리티코는 외교·안보 분야 진보 성향 활동가들이 차기 민주당 행정부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원칙적 접근 등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의 목소리가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정책에 어느 정도로 반영될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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