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라. 이것이 바로 이번 대선에서 내가 조지 부시 대통령, 밋 롬니,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일했던 공화당원 200여명의 지지를 받은 이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한 말이다. 트럼프 후보가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자 “극단적인 이야기”라고 꼬집은 뒤 자신이 확보한 공화당원 지지세를 과시한 것이다.
실제로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한 공화당 유력 인사들은 여럿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에는 ‘네오콘’의 상징적 인물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트럼프는 248년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며 해리스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도 “헌법을 믿는 보수주의자”로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 상원의원의 아들 지미 매케인도 “해리스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토론에서 언급한 대로 지난달 말 공화당 소속 전직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작고)와 아들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매케인(작고)과 롬니 상원의원(유타)의 전직 참모 238명은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대선 후보 및 팀 월즈 부통령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리스, 월즈와 이념적으로 이견이 많지만 다른 선택은 생각할 수 없다”며 “혼란이 아닌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에게 투표하라”고 다른 온건 성향 공화당원들에게 호소했다.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트럼프 행정부 참모였던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 공화당 소속인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 제프 덩컨 전 조지아주 부지사 등이 찬조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반트럼프’를 넘어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 민주주의와 헌법에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한 차기 보수 정부를 위한 공약집 ‘프로젝트 2025’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반대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나 참모였다가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는 민주당 성향이다가 트럼프 후보 지지로 넘어간 이들은 많지는 않지만 더러 있다. 최근 트럼프 후보의 토론 준비를 도왔던 털시 개버드 전 하와이주 연방하원의원은 2022년 “민주당이 엘리트주의 전쟁광의 정당이 되어버렸다”며 탈당했다.
케네디 가문의 ‘이단아’로 불리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처음에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했다가 무소속 후보로 나섰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후보를 사퇴하며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과거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후보 지지자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