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두 번째 암살 시도 이후 미 비밀경호국(SS)이 ‘골프장 경호’와 관련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또다시 골프장에 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골프장은 경호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널드 로 주니어 비밀경호국 국장 대행은 전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무실로 찾아가 그에게 “골프를 안전하게 계속 치려면 상당한 추가 보안 조치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회동의 내용을 알고 있는 한 취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 국장 대행에게 “골프를 계속 치는 것이 안전하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로 국장 대행은 공공도로 인근의 골프장에서 경호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며, 메릴랜드주에 있는 앤드루스 공군 기지 내 골프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보다 경호하기 낫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 국장 대행은 전날에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시도일에) 우리에게 골프장에 간다고 (예고)하지도 않았다”면서 암살 미수범을 붙잡은 골프장을 미리 수색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NYT는 로 국장 대행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을 두고 “트럼프 캠프와 비밀경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불린다. 그는 2017년 1월부터 4년간 대통령직에 있었을 당시에도 최소 285차례 골프장을 찾았다. 지난 7월13일 펜실베니아주 유세장에서 그를 향한 첫 번째 암살 시도가 일어나기 며칠 전에도 골프 선수 브라이슨 디섐보와 라운딩을 나서는 등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도 심심치 않게 골프 경기를 즐겼다.
NYT는 “골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체성이자 사교 수단이며, 대선 캠페인과 계속되는 법적 문제를 직면한 그에게 (스트레스) 해소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골프를 치는 습관은 보안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로 그가 소유한 몇몇 골프장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안 전문가들은 사방이 뚫려있고, 공간이 넓은 골프장에서 경호하는 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폴 에클로프 전 비밀경호국 요원은 “넓은 장소에서 3~5시간을 보내는 야외행사에서 경호하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며 “골프를 치는 사람을 철이나 유리로 둘러쌀 수는 없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앞서 비밀경호국은 지난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의 암살 시도를 저지했다. 도주하다 고속도로에서 붙잡힌 라우스는 사건 현장 근처에 15일 오전 1시59분부터 오후 1시31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장에선 디지털카메라, 가방 2개, 장전한 SKS 계열 소총, 음식이 담긴 플라스틱 봉지 등이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