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암살 모의 혐의 적용
전용기 압류 등 제재에 반격
“내정 간섭” 지지층 결집도
베네수엘라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 암살 모의 혐의로 미국인 1명을 추가로 구금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마두로 정권이 미국에 반격을 가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매체 엘디아리오에 따르면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이날 “국가에 대한 음모를 꾸몄다”면서 미국인 1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카베요 장관은 이번에 체포한 미국인이 베네수엘라의 전기설비, 정유시설, 군부대 등의 사진을 찍다가 카라카스에서 붙잡혔다고 말했다. 체포한 미국인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 암살 모의 혐의와 관련해 체포된 미국인은 이번이 4명째다. 앞서 베네수엘라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인 3명, 스페인인 2명, 체코인 1명 등 6명을 체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잇따른 외국인 구금은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지난 7월 대선을 비판한 외국 정부에 대한 보복이자, ‘외국 정부가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는 반외세 정서를 자극해 내부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마두로 정권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해외 세력과 손잡고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발표한 중남미 7개국 외교관들을 추방했고, 투표 당일 해외 세력이 선거관리위원회(CNE) 전자개표 시스템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부터 ‘악연’을 이어온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갈등이 최근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달 들어 마두로 대통령이 사용하던 전용기 1대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압류하고, 카리슬리아 로드리게스 대법원장을 비롯한 마두로 대통령 측근 16명에게 제재를 단행했다. 카베요 장관은 지난 14일 미 해군을 포함한 미국인 3명을 마두로 대통령 암살 모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히면서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CIA 연루설을 즉각 부인했다. 대선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한 베네수엘라 민주야권연합(PUD)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대선 후보의 스페인 망명 이후 급격하게 힘이 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유엔은 2023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유엔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정부의 과잉 진압을 두고 “마두로 정부는 7월 대선 논란 이후 가장 가혹하고 폭력적인 억압적 수단을 동원했다”며 “역대 가장 심각한 인권 위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