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3년 이상 ‘정치 공백’이 이어진 아이티가 10년 만에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임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민들은 민주적인 절차로 새 지도자가 뽑혀 국정 안정을 이뤄내길 바라지만, 갱단이 사회 전반을 장악한 만큼 선거 전후 과정에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아이티 일간지 르누벨리스트에 따르면 아이티 과도위원회는 2026년 2월 이전까지 대선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이날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임시 선관위를 구성해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티는 지난 4월 아리엘 앙리 당시 총리가 사임한 후 과도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 선관위는 선거 규칙을 세우고 선거 시행 전반을 계획하는 역할을 한다. 선관위원 정원 9명 중 종교, 언론, 농부, 노조 등 분야를 대표하는 7명이 임명됐고, 여성과 인권 등 2개 분야 위원은 정해지지 않았다.
2016년 마지막 대선과 총선을 치른 아이티에서는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이 벌어진 2021년 7월 이후로 대통령직이 공석이다. 암살 사건 이후 앙리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그는 ‘갱단 폭력’을 이유로 2021년 11월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를 미뤘다. 하지만 정부가 별다른 기능을 못 하는 사이 갱단 폭력과 빈곤에 시달린 시민들이 봉기하면서 지난 4월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아이티는 지난해 1월 남은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가 끝나고, 국가 혼란으로 총선도 미뤄지면서 국회의원 역시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2년 가까이 상원 30석과 하원 119석 등 149석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입법·행정부가 마비되자 아이티의 치안은 점점 불안정해졌다. 유엔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200명 이상이 갱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지역 80%를 장악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3월에는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아이티 최대 교도소인 국립교도소를 습격하면서 재소자 4000여명이 탈옥했다.
미국은 치안 안정을 위해 지난 6월 케냐 경찰 약 400명을 포르토프랭스에 투입해 순찰 업무를 맡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관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세의 간섭, 쿠데타, 독재정권 등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다.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사건처럼 무장 세력이 새 권력자에게 폭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상원과 하원 의원의 임기는 각각 6년,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