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주제 비판 활동가 옥중 단식투쟁으로 사망

2024.05.15 21:35 입력 2024.05.15 21:39 수정

왕실모독죄 혐의로 수감

“자의적 구금” 보석 요구

태국 군주제 비판 활동가 옥중 단식투쟁으로 사망

태국에서 왕실모독죄 혐의로 수감돼 단식투쟁을 벌였던 20대 활동가가 사망했다. 15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카오솟에 따르면, 태국의 정치활동가 네띠뽄 사네상콤(28·사진)이 전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일으켜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네띠폰은 법정 모독죄 등으로 구금된 이후 지난 1월26일부터 자신을 포함한 활동가들을 당국이 ‘자의적으로 구금’했다고 비판하며 정치범의 보석 석방 및 사상의 자유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다. 그는 약 한 달 동안 물과 음식을 끊었고, 중간에 병원으로 이송됐을 때에도 두 달 동안 음식과 물, 약물 치료를 거부했다. 지난달 4일에서야 식사를 재개했으나 전해질과 비타민은 여전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띠폰은 지난 2월 자신의 자산 처분 문제를 정리하고 유언장 초안을 작성해 둔 상태였다.

‘붕’이란 활동명으로도 알려진 네띠폰은 군주제 개혁·왕실모독죄 폐지·정치범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단체 ‘탈루왕’ 소속으로 활동했다. 2022년 2월 왕실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 거리에서는 ‘왕실 차량이 지날 때 교통을 통제하는 전통이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냐’는 여론조사를 벌였다가 왕실모독죄와 선동죄로 기소돼 구금됐다. 고등학생이던 2014년 잉락 친나왓 정부를 축출하려는 친왕실·보수성향 단체인 국민민주개혁위원회의 시위에도 참여한 적이 있으나, 2010년 친탁신세력 ‘레드셔츠’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99명 중 무고한 노숙인이 포함됐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견해가 바뀌었다. ‘정치적 죄책감’을 느낀 그는 교육 문제와 군주제 개혁 운동에 뛰어들었다.

네띠폰의 죽음을 계기로 태국에서는 정치범 보석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고 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왕실모독죄(형법 112조)는 왕이나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을 모독하거나 부정적 묘사를 한 자에게 최소 3년에서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태국인권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272명 이상이 왕실모독죄로 기소됐고, 이 중 17명이 재판 전 구금 상태로 수감 중이다. 왕실모독죄의 기소율은 100%다.

왕실모독죄는 정치 개혁 등 진보적 의제를 던지는 활동가와 정치인을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지난 1월 헌법재판소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전진당(MFP)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며 개정 시도 중단 판결을 내렸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내고 “이 비극적인 사건은 태국 당국이 모든 인권운동가와 부당하게 구금된 사람들의 기소를 취하하고 석방해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