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촌총각 결혼난 어떻길래…성비불균형·결혼부담 가중, 여성들에 “고향 떠나지말라”

2021.10.12 13:54 입력 2021.10.12 15:48 수정

중국 결혼증. 바이두 캡쳐

중국 결혼증. 바이두 캡쳐

중국 후난(湖南)성 웨양(岳陽)시 샹인(湘陰)현은 최근 여성들에게 지역을 떠나지 말고 고향에 머물러 달라는 제안을 했다. 고향을 떠나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결혼 중개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임금 수준을 개선해 보다 나은 생활 환경과 정주 여건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현 정부가 농촌 총각의 결혼난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의 일환이다.

이 대책은 온라인 상에서 곧바로 논란이 됐다. 여성들은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 시댁 식구들을 섬기려고 교육을 받은 게 아니다”, “그 제안을 들으면 아직 고향에 남아 있는 여성들도 모두 떠날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를 두고 “농촌 미혼 남성과 결혼하도록 여성들을 압박해 ‘결혼 위기’를 해결하려는 계획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논란을 불러오긴 했지만 샹인현 정부의 제안은 중국 농촌 지역 남성들이 심각한 결혼난에 직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위린(玉林)시 루촨(陸川)현의 농촌 마을을 방문했을 때 한 남성이 “농촌에서 결혼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중국 남성들의 결혼난은 기본적으로 성비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남녀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14명으로 세계 평균(여성 100명당 남성 105명)을 크게 웃돈다. 남아선호사상 속에서 수십년간 시행됐던 한 자녀 정책이 원인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여러가지 이유로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혼을 하는 여성들도 도시의 고소득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하기 때문에 농촌 총각의 장가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혼난이 가중될수록 농촌 총각들의 결혼 부담도 커진다. 중국에서는 결혼 상대 찾기가 힘들어지면서 혼수나 예물 비용 등을 대부분 남자 쪽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득이 높지 않은 농촌 남성들에게는 이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농촌 지역 미혼 남성의 연평균 수입은 1만∼5만위안에 해당하는 경우가 47.06%로 가장 많았고, 5만∼10만 위안에 해당하는 경우는 29.1%를 차지했다. 또 신혼집 마련과 혼수, 예단 등 전체적인 결혼 비용은 평균 30만위안(약 5570만원) 이상이었으며 이를 대부분 남자 쪽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이같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농촌 미혼 남성의 결혼 비용이 최대 200만위안(약 3억7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농가 연소득을 5만위안으로 계산하면 결혼 비용을 모으는 데 보통 10년이 걸리고 큰 대출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둥위정(董玉整) 광둥성 인구발전연구원장은 “요즘 지나치게 물질화된 결혼 풍속도 문제가 있다”면서 “‘BMW에 앉아 울어도 자전거에 앉아 웃지는 않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수십만위안의 결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혼 얘기를 꺼낼 자격도 없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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