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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진 반중 감정…‘경제적 기회’만 앞세워 한계 직면

2022.08.21 19:07 입력 2022.08.22 08:48 수정

수교 후 한 세대가 지난 한·중관계의 미래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지난 30년 동안 ‘경제적 기회’를 앞세웠던 한·중관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전 세계 19개국 국민 2만4525명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80%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일본의 반중여론이 87%로 19개국 중 가장 높았고, 오스트레일리아(86%)와 스웨덴(83%), 미국(82%)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반중여론은 ‘이념’보다는 ‘이익’ 또는 ‘구체적 피해’와 연관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대중관계에서 경제적 이익보다 인권이 더 중요하느냐’는 물음에 미국은 진보의 78%, 보수의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스웨덴은 진보 91%, 보수 83%가 동의했다. 반면 한국은 보수의 40%, 진보의 28%만 동의했다.

서울시립대 하남석 교수와 석사과정 김명준·김준호씨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 20대들은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로 ‘교양없는 중국인’(48.2%), ‘독재와 인권탄압’(21.9%),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둘러싼 외교문제’(13.4%), ‘동북공정 등 역사문제’(3%)를 꼽았다.

지난 30년 간 한·중 양국이 ‘경제적 기회’ 이상의 가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6월 말 고려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경제와 인적 교류에선 ‘최대주의적’ 성과가 있었지만, 안보 분야에선 ‘최소주의적’ 관계만 유지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입장이 달랐던 것도 공통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이유로 꼽았다.

‘경제적 교류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우호적 감정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2006년 중국 정부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양에서 질’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폭 줄이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민간에서도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계기로 당시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인들에게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레드 콤플렉스’가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부상이 한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기업인들은 여전히 중국을 경제적 기회를 주는 곳으로 인식하고 민족적, 경제적 우월감을 느꼈다. 하지만 2016년 사드 갈등과 한한령, 미·중갈등과 반도체 무역분쟁 등이 얽히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중국식 소품과 중국식 의상 논란으로 방영 중단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 ‘한복공정’과 ‘김치공정’ 논란 등에서 나타났듯, 중국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빼앗아 가는 나라라는 인식이 한국 젊은층에게 확고하게 박혀 있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착한 중국인은 1989년(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해) 다 죽었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언론보도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광저우에 거주하는 문화교류활동가 김유익씨는 “김치, 한복 논쟁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국인은 매우 소수”라면서 언론의 과장된 보도가 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한복 논란이나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이 아닌 장쑤성 쉬저우시 펑현의 여성 감금 사건이었다. 저우샤오레이 중국 베이징외대 교수는 “중국에서는 훨씬 더 화제가 된 사건이지만 한국에서는 잘 보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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