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일본인 초등학생(10)이 끝내 사망했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거듭된 범죄로 중·일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지마 요시코 광저우일본총영사는 전날 등굣길에 피습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던 초등학생이 19일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지마 총영사는 “매우 슬픈 일”이라며 “아이의 가족들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중일본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일본인을 보호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 유사한 공격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일본대사관에는 이날 조기가 게양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요시마사 하야시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중국에 이번 공격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일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초등학생은 선전의 일본인 학교 학생이며 전날 등굣길 교문 앞 200m 거리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44세 남성 중모씨로만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이 공격당한 날은 일본이 만주사변(‘9·18’ 사건)기념일이었다. 이날은 1931년 9월 18일 일본군이 선양의 철도를 폭격한 날로 중국은 국가적 굴욕의 상징일로 여겨 해마다 선전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경보를 울리고 침략 행위를 상기하는 기념 행사를 한다.
교도통신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지난주 9·18 당일 일본인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중국 당국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가 의도적으로 일본인을 표적으로 공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월 장시성 쑤저우에서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일본인 모자가 흉기 공격을 당한 사건에 이어 석 달 만에 일본인이 공격당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져 재중 일본인 사회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가족과 함께 광둥성에 사는 한 일본 사업가는 교도통신에 “우리는 밖에서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교육부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12개의 일본인 학교가 있다. 중국 첨단제조업 중심지인 선전에는 3600명의 일본인들이 거주한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6월 쑤저우 사건 때에는 온몸으로 괴한을 막아 일본인 모자의 생명을 구한 버스 안내원 후유핑의 의로운 행적을 강조했다. 이 사건 역시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발표되지 않았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거듭된 범죄는 수년째 계속된 당국의 반일몰이가 부추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간첩 혐의로 일본인을 구금한 사건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중국 내 반일 감정은 연일 치솟고 있다.
정치적 의견 표출이 제한된 중국에서 반일은 ‘정의로운 일’로 여겨진다. 반일 불매운동 등으로 억눌린 정치적 욕구를 쏟아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온라인에는 일본인에 대한 증오나 공격을 적극 부추기는 콘텐츠가 넘쳤지만 당국은 한 동안 방치해 왔다. 오히려 당국도 반일감정 조장을 정당화하고 활용하기도 했다. 2023년 애니매이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다며 기모노를 입은 여성을 경찰이 “민족 감정을 상하게 한다”며 체포한 일이 단적이다.
중·일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저우에서 거주하는 한 60대 중국인은 “이 사건은 용서받을 수 없다”며 “중·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까 걱정스럽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