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영국 철도 최대 파업 “인플레이션 견딜 임금 인상을”

2022.06.22 21:48 입력 2022.06.22 21:49 수정

4만명 동참, 기차 80% 멈춰

정부 “파견노동 허용” 압박

의료·교육 등 타 분야 확산

꺼진 전광판 영국 철도노조가 33년 만의 최대 규모 파업에 들어간 21일(현지시간) 런던 유스턴역에서 한 시민이 텅 빈 출발 안내 전광판을 사진촬영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꺼진 전광판 영국 철도노조가 33년 만의 최대 규모 파업에 들어간 21일(현지시간) 런던 유스턴역에서 한 시민이 텅 빈 출발 안내 전광판을 사진촬영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에 이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커진 가운데 영국 철도노조가 33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 레일과 13개 철도회사 소속 철도해운노조(RMT) 노조원 약 4만명은 이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으로 영국 내 철도 노선 절반가량은 폐쇄됐고, 기차편의 약 80%가 운행이 중단됐다. 나머지 20%도 제한된 시간에만 운행했다. 시민들은 기차와 지하철이 끊기자 요금이 비싼 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해야 했다.

이번 파업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과 최근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운행이 줄어 수입은 감소했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에 육박하며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커졌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7% 임금 상승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아직 승객 수가 예전에 비해 적어 그만큼 올려줄 수 없다며 최대 3%를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임금 상승이 또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사이먼 클라크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인플레이션의 해악을 예방하려면 (철도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들의 파업에 파견노동자 사용까지 허용할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오는 23일과 25일에도 예정돼 있다. 22일에도 철도 운행은 정상 수준의 60%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는 22일 다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 측은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도 파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선 다른 분야로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국선변호사들은 오는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고, 영국항공과 통신사인 BT그룹 노동자들도 파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교육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에 영국에선 광범위한 파업으로 사회서비스가 마비됐던 1970년대 ‘불만의 겨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파업을 촉발시켰다. 벨기에에선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정부의 조치에 반발해 이번주 주요 노조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 직원들은 다음달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저가항공사 이지젯의 스페인 승무원들은 급여 최소 40% 인상을 요구하며 다음달 9일간 파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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