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죽음도’ …프랑스 ‘조력자살’ 두고 국가적 토론한다

2022.09.14 17:04 입력 2022.09.18 12:24 수정

장뤼크 고다르 조력자살로 촉발

시민공회 출범해 6개월 간 활동

‘존엄한 죽음’ 대 ‘사회적 죽음’ 논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레 사블르돌론느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레 사블르돌론느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영화계 거장 장뤼크 고다르가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에서 ‘죽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개토론을 약속했다.

고다르의 유가족들은 13일(현지시간) “고다르는 스위스 홀르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며 “조력자살을 택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고다르의 법률고문인 패트릭 잔느레는 고인이 생전 다수의 불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고인이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조력자살 방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고인이 ‘존엄하게’ 죽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고다르가 여생을 보낸 스위스에서는 조력자살이 합법이다. 조력자살은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복용 또는 투약해 죽음에 이르는 적극적인 존엄사를 가리킨다. 이는 말기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인공호흡기 착용,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해 죽음을 맞도록 하는 연명치료 중단 즉 소극적 존엄사와 구분된다.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도 다르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은 특정 조건에서 안락사가 허용된다.

프랑스에서는 안락사는 물론 조력자살도 불법이다. 시한부 2개월 이내 판정을 받은 불치병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진정제를 투여해 고통을 완화하는 치료만 허용된다. 고다르의 죽음을 계기로 조력자살 등 존엄사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토론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공회가 오는 10월 출범해 6개월 동안 의료 종사자들과 함께 프랑스의 현행 존엄사 제도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지역에서도 토론회가 조직되며 정치인들도 논의에 참여한다.

토론의 핵심은 조력자살 허용 여부다. 찬반 의견 초안은 국가윤리자문위원회가 작성했다. 찬성 측은 고통에서 해방돼 죽기를 원하는 이들의 자유의지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죽음’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예민한 작업은 의회가 하게 될 것”이라며 “이 모든 작업을 통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오면 2023년 말까지 법령 틀의 변경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 대선 기간 “개인적으로 조력자살 제도화에 찬성한다”며 재선하면 국민적 토론을 열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교통사고로 11년 동안 뇌사 상태로 살아온 뱅상 랑베르의 연명치료를 두고 벌어진 2013년 소송전은 프랑스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쟁을 촉발한 바 있다. 랑베르의 아내는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람베르의 부모는 완강하게 반대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2019년 프랑스 최고법원은 결국 랑베르의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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