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들의 농담이 아니었다…‘독일 제국’ 재건 도모한 극우파

2022.12.08 21:37

쿠데타 계획 반정부 단체 회원 25명 무더기 체포

독일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대규모 수색작전을 벌여 연방정부 전복을 계획한 극우 반정부 단체 회원을 체포하고 있다. 베를린 |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대규모 수색작전을 벌여 연방정부 전복을 계획한 극우 반정부 단체 회원을 체포하고 있다. 베를린 | 로이터연합뉴스

‘왕정 복귀’ 주장, 현직 군인도 가담…의회 무장 습격 계획
팬데믹 계기 음모론 확산에 추종자 2만명 ‘위협’ 존재로

독일에서 연방정부 전복을 계획한 반정부 세력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이들은 의회 건물을 습격하고 권력을 장악해 1871년의 ‘독일 제국(제2 제국)’을 재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7일(현지시간) 인력 3000명을 동원, 16개 주 중 11개 주의 130여곳에서 대규모 수색작전을 벌여 국가 전복을 도모한 극우 반정부 단체 회원 25명을 체포했다. 이 중 2명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서 체포됐다.

■‘독일 제국’ 재건 꿈꾼 극우세력

독일 검찰은 이들이 현 국가 질서를 전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무장 조직을 꾸려 독일 의회 건물에 투입할 계획을 세워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6일 국회의사당 건물을 습격했던 것처럼 의회 건물에 난입해 의원들을 잡아 가두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밀스러운 집단이 나라를 움직인다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 음모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체포된 이들 중엔 ‘제국 시민’ 운동 추종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제국 시민은 현재 독일의 법체계와 의회주의를 거부하고, 1871년 설립된 독일 제국의 재건을 주장하는 반정부 세력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친 서방 연합국들이 비밀리에 독일을 통치하고 있다고 믿는다. 제국 시민은 독일 연방정부를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추종자 중엔 납세를 거부하거나, 본인이 직접 제작한 화폐와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쿠데타 계획의 중심 역할을 한 ‘하인리히 13세’라는 71세 남성도 이날 체포됐다. 그는 자신을 독일 중부 튀링겐주를 다스렸던 로이스 가문의 후손이자 왕자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가 연방정부를 전복한 뒤 신질서를 수립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와 접촉하려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독일 내부의 문제이며 러시아의 간섭은 전혀 없었다”며 연루설에 선을 그었다.

■‘조롱거리’에서 위협으로 성장

독일에서 제국 시민은 수년간 국가적인 조롱 대상으로 여겨졌다. 아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괴짜 집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들이 지지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코로나19와 백신을 통해 인구를 통제하려 한다는 음모론이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갔던 것이다. 극우 음모론자들을 연구해온 전문가 미로 디트리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이들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이 점을 파고들어 세상에 ‘질서’를 제공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BBC에 말했다.

DW는 최근 몇 년간 제국 시민 추종자들이 급증하면서 보안당국의 우려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제국 시민 추종자들은 약 2만1000명으로 추정되며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당국은 이 중 5%는 극단주의 성향이 있으며, 10%는 폭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날 체포된 극우 반정부 단체 회원들도 쿠데타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살인을 포함한 폭력 수단을 쓸 계획이었다. 제국 시민 조직원 중 약 500명은 지난해 말 기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검찰은 이들이 정부뿐 아니라 군대도 세우려 했다고 전했다. 단체 회원들이 운영하는 군대엔 전·현직 군인을 비롯해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엘리트 군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복무 기간 동안 무기고에서 불법으로 무기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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