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외면·국채 남발 ‘보수정권이 원죄’

2011.01.30 21:17 입력 2011.01.30 21:18 수정

일본 신용등급 추락

<b>깊어가는 ‘일본病’ 꾸짖는 듯…</b> 한 시민이 21일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불교의 약사여래를 지키는 열두 신장(神將)의 하나가 그려진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구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 깨달음을 얻게 하는 부처다. 도쿄 | AP연합뉴스

깊어가는 ‘일본病’ 꾸짖는 듯… 한 시민이 21일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불교의 약사여래를 지키는 열두 신장(神將)의 하나가 그려진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구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 깨달음을 얻게 하는 부처다. 도쿄 |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공채(국채)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이듬해인 1965년 6월 당시 후쿠다 다케오 대장상(현 재무상)은 한동안 중단했던 국채발행 방침을 천명했다. 그해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의 도산이 이어졌고 심각한 세수 감수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됐던 때였다. 후쿠다 대장상은 그러면서 “적자국채 발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수 부족 규모는 팽창했고, 결국 11월 일본 정부는 전후 처음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됐다.

막대한 나랏빚에서 촉발된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채는 국가가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지만, 일본은 당초 목적과는 달리 적자국채 발행을 거듭하면서 숱한 부작용을 양산해냈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적자국채 남발의 악순환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관계법상 국채발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재정법 4조에 따르면 ‘국가의 세출은 공채 또는 차입금 이외의 세입에 기초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공공사업비, 출자금 및 대부금의 재원에 대해서는 국회 의결을 거쳐 공채발행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아놓았다. 국채발행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가능하도록 ‘탈출구’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증세 외면·국채 남발 ‘보수정권이 원죄’

이에 따라 보수 자민당 정권은 65년 전후 첫 적자국채 발행 이후 버블경제 때를 제외하고는 국채발행을 되풀이해왔다. 특히 92~2000년 일본 정부가 9차례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토목공사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130조엔에 육박한다. 더 지을 다리나 포장할 도로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정치적 고려로 공사가 분배된 탓에 효과는 ‘제로’에 가까웠고 ‘도로족’ ‘토건족’으로 대변되는 국회의원과 건설업체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부양책으로 발행한 국채에 대한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돌아왔고, 이를 메우기 위해 세수보다 더 많은 액수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의 덫에 걸렸다. 2010년의 경우 연간 세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9조6491억엔이 국채 이자를 내는 데 나가고 있다. 재무성 추산에 따르면 현재 일반회계 예산 재원부족이 올해 44조3000억엔, 내년 49조5000억엔, 2013년도엔 51조8000억엔으로 불어나 그만큼의 신규 국채 발행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세 증세를 통한 세입 확대가 필요했지만 자민당 정권에서는 누구도 선뜻 총대를 메지 못했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서로 말을 아낀 탓이다.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이 89년 당시 3%의 소비세(현 5%)를 전격 도입했다가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98년 하시모토 류타로 내각도 3%에서 5%로 소비세율 인상을 꾀했다가 퇴진한 전례 때문이다.

결국 소비세 증세보다는 정치적 득실을 고려한 ‘적자국채’ 남발이 거듭된 것이다. 자민당 정권의 ‘부(負)의 유산’은 지금 일본 경제의 원죄로 작용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채무잔액은 9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고(100.5%), 2010년에는 199.2%를 기록해 20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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