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연행’ 표현한 일본교과서 올해 1종뿐···역사 지우기 열 올리는 일본

2022.04.18 11:41 입력 2022.04.18 14:40 수정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 연행’, 일본군 ‘종군 위안부’ 등의 표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3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석자들이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 연행’, 일본군 ‘종군 위안부’ 등의 표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3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석자들이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이후 일본 역사교과서에 이 표현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는 일본 역사 교과서 총 31종 가운데 21종에서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올해 검정을 통과한 총 14종 가운데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쓴 교과서는 1종뿐이었다.

연합뉴스는 18일 역사과목 기존 교과서 일본사A·B, 세계사A·B 31종과 최근 검정을 통과한 일본사탐구·세계사탐구 14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기존 교과서들에서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주류였지만 지난해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 후 해당 표현을 쓰지 않은 방향으로 교과서 내용이 일제히 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27일 조선인 연행, 강제연행, 강제적 연행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징용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국회 답변서를 각의(내각회의) 결정했다.

기존에는 일본사A·B의 경우 15종 가운데 13종이 일제가 조선인을 가혹하게 부린 것을 연행 또는 강제연행으로 썼다. 11종은 강제연행, 2종은 연행으로 표현했다. 예컨대 짓교출판 고교일본사A 신정판은 “약 80만 인의 조선인을 일본 내지나 사할린·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 강제연행했다. 또 같은 기간에 415만 인의 조선인을 조선 내의 광산이나 공장에, 11만 인을 군대 내의 노동 요원으로 강제연행했다”라고 표현했다. 시미즈서원 일본사A, 메이세이샤 일본사B는 동원 또는 징용이라는 표현을 택했고, 세계사A 16종 중 8종이 조선인과 관련해 강제연행, 강제적으로 연행이라고 기술했다. 일본 정부가 역시 부적절하다고 규정한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도 기존에는 일본사A 1종, 일본사B 2종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검정을 통과한 일본사탐구 7종과 세계사탐구 7종 가운데 강제연행이 표현된 교과서는 다이이치가쿠슈샤의 일본사탐구가 유일하다. 이 출판사는 강제연행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전시 중 한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여러 가지이며 강제연행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각의는 결정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고 주석을 붙여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일본 고교의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 교과서들 중 채택률 1위를 차지한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의 한 부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루면서 교과서에서 강제성 표현을 지우는 역사 왜곡을 추진해 과거 직접적 표현대신 간접적으로 강제성을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고교의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 교과서들 중 채택률 1위를 차지한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의 한 부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루면서 교과서에서 강제성 표현을 지우는 역사 왜곡을 추진해 과거 직접적 표현대신 간접적으로 강제성을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일본 역사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받고 내용을 수정한 사례는 14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따르기 위한 교과서 수정은 2015년 4건, 2016년 1건, 2017년 3건, 지난해에는 1건이었다.

지적을 받은 출판사들은 강제연행 등의 표현을 삭제하거나 강제성을 흐리는 동원 등으로 내용을 고쳤다. 일본군 위안부라고 쓴 교과서는 학생이 일본군과 위안부의 관계를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일본 정부의 지적에 따라 위안부로 수정했다.

기존 역사 교과서 31종 발행 체제는 2018학년도(2018년 4월∼2019년 3월) 신입생 때부터 교육 현장에 적용돼 현재의 고교 2·3학년이 사용하고 있으며 2024년 3월까지 일선 학교에서 활용된다. 올해 4월 입학한 고교 신입생부터는 일제의 가해 행위에 관한 설명이 흐릿해진 새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고 연합뉴스는 지적했다. 이들은 작년에 검정이 완료된 역사총합을 주로 1학년 때 배우고, 2학년 이후에는 올해 검정이 완료된 일본사탐구와 세계사탐구를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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