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멀어진 에르도안, 푸틴과 가까워진다?

2021.09.30 13:49 입력 2021.09.30 22:31 수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3월5일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정상회담에 돌입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모스코바|로이터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3월5일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정상회담에 돌입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모스코바|로이터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러시아산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 추가 구매에 대해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최신예 스텔스기 F-35 구매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다 러시아에 손을 내민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3시간 동안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시리아 내전 등 지역 문제와 국방·경제협력에 대해 두루 의논했다고 터키 아나돌루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 정상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정상회담만 10차례 여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터키의 러시아산 S-400 미사일 추가 구매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S-400 구매를 접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겨냥해 “우리가 취한 조치에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는 “미국은 약속한 전투기(F-35)를 주거나 14억달러(약 1조6500억원)의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과는 “전투기와 잠수함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미국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가 S-400을 추가 구매할 것이라는 성명을 전달할지 여부”라고 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후 “이전 미국 정부들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로 시작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F-35를 14억달러에 구입했지만 아직 인도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터키가 2019년 S-400을 도입하자 미국 정부가 터키에 100대의 F-35 판매를 금지하고 제재를 가한 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한 것이다.

터키는 미국의 시리아 내 쿠르드민병대(YPG) 지원을 두고도 갈등하고 있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독립 운동을 견제하지만, 미국은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견제하기 위해 쿠르드민병대를 군사적으로 지원해왔다. ABC방송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자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내전 등에서 대리전을 치러온 터키와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모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리아의 평화는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에 달렸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도 “시리아와 리비아 문제에 양국이 성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는 내전 상황 악화로 시리아 난민이 대거 국경을 넘어올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 반군 거점인 이들리브 지역 공습을 강화했는데, 터키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의적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국은 시리아 내전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문제 등에서도 대립해왔다. 중동전문매체 뉴라인스매거진은 “최근의 협력 관계는 푸틴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따른 것”이라며 “두 정상조차 수세기 동안 경쟁하던 양국 관계의 취약한 성격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레이철 엘레하우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알자지라에 “양국의 장기적 목표가 상당히 다른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를 방해하지 말자는 합의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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