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를 17일(현지시간) 동시 폭발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작전이 발각되리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전언이 나왔다.
18일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원래 현 시점에서 호출기를 폭발하도록 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본래 계획은 전면전의 시작을 알리며 헤즈볼라를 기습할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에 추적될 것을 우려해 대원과 그 가족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많은 대원들이 호출기와 유선전화를 찾았고, 이스라엘은 이를 역이용해 헤즈볼라가 수입한 호출기에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등을 심고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에서 헤즈볼라가 이 작전을 눈치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동 매체 알모니터는 헤즈볼라 대원 2명이 최근 며칠간 호출기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은 지난 16일 이 작전의 훼손 가능성을 수시간에 걸쳐 논의했고,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당장 작전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미국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공격 시점을 두고 “써먹지 않으면 잃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미국에 작전 착수 사실을 알렸지만,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갈란트 장관이 공격 개시 몇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전화로 곧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통보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았고, 이는 단지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려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호출기 폭발로 12명 이상이 사망하고 2700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 중 2명은 아동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커지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중동 일대 긴장도 고조됐다. 이스라엘은 공격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으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