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kan(치한)'...'karoshi(과로사)' 이어 일본발 불명예 국제어 될라

2018.03.30 15:58 입력 2018.03.30 16:00 수정

일본 오사카 지하철의 ‘여성전용차량’. 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오사카 지하철의 ‘여성전용차량’. 게티이미지코리아

치한을 뜻하는 일본어 ‘지칸(痴漢)’이 영문 ‘chikan’으로 세계에 점점 알려지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는 일본 여행정보에서 ‘chikan’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고, 프랑스에선 지난해 가을 일본인 여성의 치한 피해 체험소설이 발간됐다. 이 때문에 ‘가로시(過勞死·과로사)’가 영문 ‘karoshi’로 일본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상징하는 말이 됐듯이, ‘chikan’도 불명예스러운 국제어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마이니치신문이 30일 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영국 정부 공식사이트의 일본 여행정보에는 “통근 열차에서 여성 승객에 대한 부적절한 접촉이나 ‘chikan’에 대한 보고는 상당히 일상적”이라면서 “큰 소리를 질러 주위의 주의를 끌고 승무원을 부를 수 있도록 하라”고 기재돼 있다. 주일 영국대사관은 “수 년 전부터 ‘chikan’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기관으로서 여행지의 위험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도 일본 여행정보에서 “아침저녁 출근시간대의 혼잡한 전차나 지하철에선 부적절한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프랑스에서 발간된 치한 피해 체험소설은 프랑스 작가 엠마뉴엘 아르노와 일본인 사사키 쿠미 공저로, 제목은 <TCHIKAN(치한)>이다. 사사키는 12세 때부터 6년간 사립중·고등학교에 통학하기 시작하면서 전철 내에서 당했던 치한 피해 체험을 기반으로, 치한이 하의 안에 손을 넣었다든지, 이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다든지 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기술했다. 이 책은 프랑스 국영TV 등에도 소개됐다.

사사키는 “가해자의 보복이 무서워 목소리를 내는 게 불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치한 피해를 당하지만 학교나 가정에서 대처법을 배운 적은 없다”면서 “작품을 통해 치한이 얼마나 비열한 범죄인지 인식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

성폭력 피해는 해외에도 있지만, 일본에서 치한 범죄가 유독 많은 것은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철도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때문이라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경찰청 연구회도 만원 전철을 ‘치한의 온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찰백서에 따르면 2016년에 적발된 치한 행위는 3217건이다. 하지만 성범죄 치료에 주력해온 정신보건사 사이토 아키요시(齊藤章佳)는 “빙산의 일각으로 피해는 연간 10만건을 넘는다”고 밝혔다.

‘Chikan’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용어가 퍼진 데에는 일본 포르노사이트의 영향도 지적된다. 일본 ‘치한 사이트’에 해외로부터 접속이 매우 많고, 일본에서 치한을 알게 됐다는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이토의 저서 <남자가 치한이 되는 이유>에서 종래 치한 이미지를 깨고, 성욕보다 스트레스 해소나 지배욕 충족이 치한 행위의 목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가치관을 내면화해 “하루의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치한을 해도 좋다”라고 얘기하는 가해자도 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치한은 의존증의 일종으로, 인지행동요법을 받아 과거 행위를 후회하고 가치관을 바꾸는 데 약 3년이 걸린다. 재범 방지에는 더욱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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