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주기에 미국 때린 중국… 미·중 갈등 본격화

2021.09.12 16:42

중국이 9·11 테러 20주기를 맞아 관영매체들을 통해 실패한 테러와의 전쟁을 부각시키며 ‘미국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모색하는 등 대중국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1일 ‘9·11 테러가 중국의 부상을 도왔다는 생각은 심각한 오판’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일부 미국 엘리트들이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중국에 급속한 부상을 위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 엘리트들이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부상한 배경은 중국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중국 인민의 수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세계 무역 시스템에 깊이 들어갈 수 있던 것도 미국과 서구사회의 덕택이 아닌 세계무역기구(WTO)의 협력이 바탕이 됐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9·11은 큰 사건이지만 세계화의 논리를 바꿀 수 없고 중국의 국가 시스템과 중국인의 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기고글과 기사들을 통해 미국의 9·11 이후 전략을 비판했다. 한 기사는 “지난 20년 동안의 맹렬한 비판과 명백한 실패는 미국의 엘리트들을 깨우지 못했다”라며 “그들은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적(중국)을 찾을 것이지만 더 큰 실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9·11 특집 기사 등을 통해 미국의 실패를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탈레반의 영상을 올리고 미국을 조롱했다. 영상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간에 버려진 미군기로 추정되는 비행기의 날개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자오 대변인은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 “제국들의 묘지(아프간)에 있는 제국들의 전쟁기계”라며 “탈레반이 그들의 비행기를 그네와 장난감으로 바꿨다”라고 적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의 명분으로 중국과의 경쟁을 제시한 만큼 향후 양국의 대결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국에 대해 대통령이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유럽연합(EU), 아시아 동맹국들과 공동으로 WTO에서 중국의 보조금 문제를 다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을 둔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대만의 요청에 따라 워싱턴 주재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에서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한 뒤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를 대만의 대사관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다시 대만과의 관계 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FT에 미국의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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